1990년 37개 여성단체와 시민 등이 모여 결성한 정대협은 1992년 처음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18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이어진 집회는 어느덧 900회를 훌쩍 넘겼다.
정대협은 수요집회를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졌고, 연이은 세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채택이라는 성과도 만들어냈다. 오랜 세월을 쉼 없이 달려온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변하고 이들을 돕는 대표적인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윤 대표는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광복 65년을 맞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도 할머니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처음에는 할머니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할머니들을 통해 역사, 여성, 인권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는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무척이나 의미 있는 해"라며 "올해는 꼭 정치,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이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까지 위안부 할머니들 중 총 83명만이 생존해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빠른 문제 해결을 당부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고령인데 살아계실 때 일본정부에서 행정적, 입법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주기 바란다"며 "한국정부도 19년째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피해자들을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광복 65년을 맞은 소감은?
"올해는 강제병합 100년, 광복 65년 외에도 정대협이 결성돼서 지원운동을 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역사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무척이나 의미가 있는 해다. 피해자들의 삶을 뒤돌아볼 때 올해는 꼭 정치,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이뤄내고 싶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올림픽 이후 일본남성들의 '한국기생관광'이 활기를 치던 때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물음에 75%가 기생관광을 말할 정도였다. 정말 충격이었다. 여성의 상품화에 분노가 치밀었다. 기생관광의 뿌리는 위안부였다. 역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 비극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생관광은 현대판 위안부다. 기생관광의 뿌리를 찾으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고 김학순 할머니(1997년 별세)의 증언을 들은 후였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한국 내에서 최초로 위안부의 역사적 실제와 피해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 증언을 듣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중 생존자는 현재 몇 명인가?
"244명이었던 할머니들이 현재 83명만 살아있다. 83명에는 해외국적인 할머니도 포함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등록되지 않은 분들까지 합치면 더 많다고 하는데?
"10만, 15만, 20만 등 학자들의 추정치가 난무하다. 정대협 측이 추산하고 있는 추정치는 없다. 추정치가 난무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진상규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간 총리 발언에 분노를 느낀다.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19년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명예와 인권의 권리를 요청하고 있는 판국이다. '사과의 마음을 전달한다, 문화재를 전달한다'는 말을 자세히 봐야 한다. 말을 갖고 장난한 것이다. 당연히 반환해야 하는 문화재를 전달한다고 표현하는 일본 총리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도 없고 방향도 없고 실질적 행동도 없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희망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정권을 잡기 전 민주당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마자 민주당은 달라졌다. 일본 우익의 눈치만 볼 뿐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근로정신대에 대해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한화 1243원) 지급'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간 총리 발언과 더불어 이 발언도 현재 우리나라의 주권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외교보호권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제로 끌고 가서 일을 시킨 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그 당시 가격으로 2010년에 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주권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다. 국제법상,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발언은 한국의 외교 수준이 어는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눈치보기식 외교'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국정부와 일본정부는 말로만 동반자적 관계라고 하고 있다.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 동반자는 될 수 없다. 이런 발언이 버젓하게 나오게 된 데는 한국정부의 외교적 몰상식과 무능력도 크게 작용했다."
▲일본 지방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결의안 채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하신다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희망과 기대를 갖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의원뿐만 아니라 우익 정치인들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중앙당에도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
▲정대협 대표를 역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끊임없는 투쟁에도 끈질기게 변하지 않는 일본정부."
▲정대협 대표를 역임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공식석상에 당당하게 얼굴을 들어내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대협 측에서 추진하고 있는 활동은?
"현재 '5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23만여 명이 서명을 한 상태다. 11월25일에는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을 맞아 50만 서명을 꼭 실현해 일본에 전달하고 입법해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의원 170여명도 서명에 동참했다. 특히 8월22일부터 29일까지 한일시민공동행동을 벌인다. 양 국가 간 공동으로 힘을 합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세계 각국이 많아졌다. 더 많은 연대를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다. 11월에는 '20주년 운동사'가 발간된다. 활동가들이 직접 썼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드린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할머니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내가 얻은 것이 더 많았다. 할머니들의 삶이 나를 더 자극했다. 역사, 여성, 인권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배웠다. 살아계실 때 위안부 문제를 꼭 해결해드리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바라는 점은?
"피해자들이 고령이다. 살아계실 때 일본정부에서 행정적, 입법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주기 바란다. 진정한 동아시아 공동체가 됐으면 한다. 한국정부는 피해자들이 19년째 길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무시하지만 말았으면 한다. 시민들의 사회인식은 이미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나날이 집회에 동참하는 시민들을 보며 힘을 얻고 있다.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해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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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