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길

동해(東海)의 영문 표기 Sea of Japan은 1929년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하에 있을 때 국제수로기구에서 최초로 공식화됐다. 우리 정부가 이런 동해의 영문 표기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 것은 유엔 회원국이 된 이듬해인 1992년 제6차 유엔 지명 표준화 회의에 참석해 Sea of Japan을 East Sea로 표기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해의 영문 표기 East Sea는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논리적 모순이 있었다. 한반도에서 보면 East Sea가 옳지만 일본열도에서 보면 West Sea라야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 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의 첫 소절을 생각하면 동쪽 바다를 상징하는 동해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은 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Sea of Korea라고 주장하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있다. 16세기 이래 서양의 탐험가들이 만든 옛 지도에도 Mer de core 혹은 Sea of Corea 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Sea of Korea가 일단 East Sea의 논리적 결함을 해결했다 해도 역시 Sea of Japan처럼 일방적인 주장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1997년 제15차 국제수로기구 회의에 참석한 정부는 East Sea를 Sea of Japan과 병기(倂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가장 큰 지리부도 맥널리 아틀라스에서 1997년 처음으로 Sea of Japan/East Sea의 병기가 채택된 이래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프랑스 르 피가로지, 영국 BBC방송, 미국 USA 투데이지, LA 타임스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CNN·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더 가디언·르 몽드·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매체들은 Sea of Japan을 선호하고 있다.

East Sea는 동해를 글자 그대로 직역해 국제적 소통에 문제가 있다. 동해의 뜻을 살려서 국제적으로 소통될 수 있도록 영문으로 의역(意譯)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는 중국 대륙의 동쪽과 남쪽 바다라는 개념으로 영문 표기는 각각 East China Sea와 South China Sea이다. 만일 동해를 한반도의 동쪽 바다라는 보다 분명한 지리적 표현을 살려서 영문 표기를 찾는다면 어떤 게 좋을까? East Sea보다는 East Korea Sea로 하는 게 지리적 의미가 보다 선명하다. 이런 개념과 논리라면 마치 공해(公海)를 자국 영해(領海)처럼 착각시키는 영문 표기 Sea of Japan보다는 국제사회에서 객관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