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광복 65주년을 앞두고 일제에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주제로 한 어린이 서적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 책들은 일제의 잔인성을 묘사하기보다는 할머니들의 억울한 사연에 초점을 맞춘 감성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픈 역사를 전한다.
최근 동화작가 이규희가 펴낸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네버엔딩스토리)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 '은비'가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옆집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그 처지를 이해하고 정을 나누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작품 속에는 액자 형식으로 황금주 할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위안부로 끌려가기까지 과정과 고통으로 점철된 위안부 경험, 해방 이후 힘겨운 삶의 여정이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들어가 있다.
은비 역시 집 근처에서 한 성인 남성에게 끌려가 성범죄의 희생양이 될 뻔하다 도망친 경험을 겪은 뒤 할머니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할머니가 당한 일이 할머니의 잘못이 아니듯 자신이 겪은 일 역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실제 위안부로 고통을 겪은 황금주 할머니의 사연을 그렸는데, 할머니는 작품 속에서 "그냥 슬퍼서 그래. 오래오래 같이 살며 억울한 일 다 잊고 좋은 세상 살자던 친구 하나가 떠났거든. 이렇게 하나둘 떠나가면 우린 결국 모래알이 다 빠져나간 빈 모래시계가 되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모두 다 잊히고 말 텐데. 아무도 우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를 텐데"라고 안타까워한다.
저자는 '지은이의 말'에서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일과 할머니들의 슬픔과 아픔을 기억하여, 먼저 떠난 할머니들에게도 남은 할머니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출간된 그림책 '끝나지 않은 겨울'(보리) 역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화운동가 강제숙 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머물며 증언 활동을 하고 있는 김순덕 할머니와 일본 오키나와에 거주하며 1970년대 가장 먼저 위안부 사실을 밝힌 배봉기 할머니의 얘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그림책인 만큼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주인공 할머니의 삶이 압축된 문장으로 표현돼 있고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그림이 책에 무게를 더한다.
그림을 그린 작가 이담은 왁스 페인트를 불에 녹여 종이에 바르고 철필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살렸다고 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그림책 '꽃할머니'(사계절)가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한ㆍ중ㆍ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일본과 중국에서도 오는 10월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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