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을 덮어주기도 하는 ‘위증’이 법정에서 활개치고 있다.

위증이란 민·형사 및 행정소송 등에서 사실을 가리기 위해 법정에 나온

증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검찰이 기소한 위증사범은 2002년 1343명.

지난 98년 845명에 비하면 4년새 6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나마 검사가 지켜보고 있는 형사법정은 좀 낫지만 민사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위증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일본과는 통계만으로도 극명하게 비교된다. 2000년의 경우 한국의 위증죄

기소인원은 1198명인 데 비해 일본은 5명이었다. 양국의 인구 차이를

감안하면 국내 위증이 일본의 671배에 달한다는 게 대검찰청의 분석이다.

위증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풍토와

‘정(情)’에 약한 우리의 문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판·검사들은

말한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윤남근(尹南根) 부장판사는 “친한 사람에게

불리하면 아프다는 둥 핑계를 대고 극구 증인 출석을 꺼리고, 나오더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런 증인들은 악랄하고 부정한 사람들이라기보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처리한 총 846건의 위증 사건 가운데 실형 선고는

181건(21%)이었다. 같은 해 전체 형사재판 20만건 중 실형 선고 사건은

25% 수준인 5만여건이었다. 위증죄는 고의성이 강할 경우 최고 징역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은 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외국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2001년 11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변론이 가능한 변호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 백악관 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사건

등에서 위증을 한 데 대한 가혹한 대가였다. 클린턴은 이에 앞서

아칸소주(州)에서도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다.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이런 조치의 바탕이 됐다는 게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만든 ‘연방양형지침’에 따르면 위증

사범에게는 최소 징역 10∼16월을 선고토록 하면서, 형량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검 김현웅(金賢雄) 공판송무과장은 “위증은 진실을 밝혀야 할

사법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결국 국가공권력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