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1997년 설립된 티맥스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일반 응용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2008년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어서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었다.

이 회사는 2008년 삼성·LG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스템통합(SI)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금융위기 속에 주요 고객사들이 전산시스템 관련 투자를 줄이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전하겠다며 '티맥스 윈도' 개발에 돈을 쏟아부은 것도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티맥스 윈도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티맥스코어는 상용 제품을 내놓지도 못한 채 얼마 전 삼성SDS로 넘어갔다. 신규 사업에 대한 잇단 투자 실패로 티맥스는 작년 매출이 802억원으로 줄었고 6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때 2000명이 넘었던 직원도 500여명으로 줄었다.

티맥스의 몰락은 자신의 역량을 넘어선 무모한 도전에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세계 IT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1조달러에 이르러 하드웨어 시장의 8000억달러보다 더 크다. 반면 국내 IT산업은 하드웨어 비중이 73%인 데 비해 소프트웨어 비중은 8%에 지나지 않는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은 외국 제품이, 시스템통합(SI) 같은 IT서비스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이 40%를 넘는다.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이 제대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티맥스가 좌절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더 위축될 우려도 있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세계 IT산업의 지각 변동에서 한국 IT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가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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