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때 부터다.  그전까지 역주변이나 지하도 등을 중심으로 노숙을 하던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는 ‘부랑자’였다.

청년 노숙자 급증

대한민국 최대 환란 IMF 이후 실직으로 인한 노숙자의 급격한 증가는 ‘부랑자’라는 단어를 ‘노숙자’로 바꿔놓았던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에서는 노숙인을 ‘실제로 노숙하거나 노숙에 가까운 불안한 주거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노숙자 수는 대략 8천여명 정도. 물론 이는 잠정적인 수치일 뿐 부랑인 시설 수용자 및 미수용자들을 합할 경우 전국적으로 약 2만명 이상의 노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숙인다시서기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갑작스레 불어나고 있는 청년 노숙자들의 증가 원인을 ‘가정환경과 학교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손 꼽았다. 그는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했거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한 후 재취업이 되지 않은 청년실업자들이 거리로 나와 노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취업준비를 위해 돈을 많이 투자한 청년층이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나서는 ‘웃지못할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청년노숙자 증가는 취업에 대한 부채와 심리적 부담감이 바로 ‘무기력증’으로 표출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 2세까지 나타나면서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노숙자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없어 노숙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와관련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응급적이고 단기적이며 노숙생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장기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국가가 노숙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위험들을 제거해주고,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 제공과 이에 관련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노숙생활은 3개월 정도 지속될 경우 ‘노숙자 스스로 답답함을 느끼고 부랑인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결국 노숙의 장기화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까지 함께 병들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노숙자 쉼터,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향상시켜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노숙자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이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노숙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숙자들은 서구의 홈리스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바로 정부의 노숙자들에 대한 정책차이 때문이다. 일찌감치 ‘홈리스족’이 자리잡고 있는 서구에서 ‘무조건적인’ 숙식제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홈리스족’ 스스로가 재활에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서구의 ‘홈리스족’은 미미하나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임시방편만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숙자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립재활에 힘써야

노숙자들의 대부분은 오랜 기간 동안의 노숙이 익숙해져 규율과 규칙이 있는 재활센터나 쉼터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 일차적으로 이들에게 취업난 해소와,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준다면 노숙자의 수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체계적인 정부당국의 관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고은성 기자<nolgojab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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