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곰 토템 신화 쟁탈전>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곰토템 신화가 중국인의 조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중국 학자의 주장을 비판한 한국 언론을 중국 언론이 또 다시 비판하고 나서 양국 간 신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중국 사회과학원 비교문학연구중심의 예수셴(葉舒憲) 주임은 올해 초 출판한 저서 '곰토템(熊圖騰)-중화조선신화탐원(中華祖先神話探源)'에서 곰 토템이 중국인의 공동조상인 황제(黃帝)집단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예 주임은 "곰토템은 황제 집단에서 시작돼 후대로 이어졌고 고대 퉁구스인과 가까운 종족군의 전파 작용으로 조선족(한민족)의 옛 기억 속에 뿌리 내려 지금까지 완전한 형태의 웅모생인(熊母生人) 신화를 남겨놓고 있다"며 사실상 단군신화의 뿌리가 황제족의 곰토템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은 "고대 문헌이나 구비전승 등에서 황제족의 곰토템과 관련한 신화나 전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이같은 주장이 허구라고 지적하면서 동북공정,중화 고대문명탐원공정, 요하 문명론 등 중국의 광범위한 역사왜곡 시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제선구도보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의 선조신화에 관한 학계의 연구를 지나치게 과도하게 공격하고 있다"며 또 다시 반박하고 나서 신화를 둘러싼 양국 언론의 첨예한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신문은 한국문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 언론들은 줄곧 논란을 만들기를 좋아해 왔다"고 비난했으며 "학술 문제를 희화화해 공공의 사건으로 만드는 것은 TV 역사 드라마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한국 매체들의 습관이며 한국 학자들 역시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중국 최고(最古)의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통해 한국 신화가 중국신화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이 중국신화를 강탈해 갔다는 것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인의 곰토템 기원설에 대해 중국 학계에서조차 용을 으뜸 토템으로 삼고 있는 중국에서 곰 토템설을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 자료와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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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11/14 14: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