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다시 쓰야지............. 끝은 내야 하지 않겠냐. 관시미 1g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읽는 사람을 위해서 최소한의 예의는 다할께.
억지로 마음 추스려서 다시 자리에 가니.......... 걔도 눈이 새빨 간 거야. 내가 우는 걸 보고 눈물이 흘렀나 보더라구. 화장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눈밑이 빨간게 꽤 많이 운 거 같더라고. 정말 그 순간에... 이것 저것 다 때려치우고 가서 콱 안고 싶은 거야.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가 않아.
ㅄ 같이 떠듬 떠듬 자리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문자 답장 늦어서 미안해." 이지랄을 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더라구. 그러면서 괜찮대.
그래, 결혼 했다는 이야기 들었다... 신랑이 누군지 대충 들었다........ 좋은 사람한테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절 주절...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술술 나오더라구. 이야기 하는데 걔가 묻는 거야... 넌 결혼 안하니? 아...... 할 거다... 아마 올해 말 쯤 할 거 같다. 결혼 할 사람 있다.... 나한테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걔가 갑자기........... 고개 숙이더니 그래... 너한테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겠지.... 누구하고는 다르게...........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우는 거야................
와........ 정말 난감 하더라.
이거 무슨 카페에서 신파 찍는 것도 아니고........ 열라 부끄러우면서 또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야... 나 진짜 미친 놈 맞지?
억지로 눈물 참으면서.. 여기서 또 울면 정말 레알 난 ㅄ이다말하면서........ 눈물 참는 것이 지구 들어올리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그리고 그냥 옆에 앉아서 멈칫 멈칫 어깨 손 올리고... 그냥 달랬어..... 왜 그래... 너 잘 살고 있잖아. 나도 이제 자리 잡았고... 서로 괜찮잖아...
여기까지 이야기 했는데.......... 애가 갑자기 머리를 홱 들더니..... 어깨에 어설프게 올라온 내 손을 탁 내리치면서 나를 노려 보는 거야.
내가 이 이야기하려고 여기 온건 아닌데.........
내가...... 그냥 너 얼굴 한번 보면 좋겠다.. 싶어서 나온 건데...........
근데 도저히 못참겠어. 이 나쁜 놈아.......... 이거 대답해줘.
너...... 그때 그렇게 나랑 헤어 졌어야 했어? 다른 방법이 정말 없었어? 나 집 나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너 안된다고 그랬어.
왜 안되는 건데? 왜 안된다고 했는데? 왜 안된다고 했냐구. 이 나쁜 새끼야............... 엉엉엉엉...........
아 시팍... 사람들 여기 저기서 다 쳐다 보고............... 얘는 울구.... 난 얼굴 완전 완전 다 빨개지고....
정말 그뒤로 뭐가 어떻게 됐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정신없이 애 부축해서 나오면서... 지갑에서 카드 돈 꺼내는 데 카드 막 밑으로 쏟아지고..
사람들 다 우리 쳐다 보고 있고.............. 집에 와서 보니 카드 두장 없어 졌더라..... 시팍..한장은 법인 카드야........ 회계팀장한테 찌질한 놈 이미지 쌓이게 생겼네...
아무튼 달래고 달래서.........억지로 근처 술집 아무데나 들어갔어...지하철 입구 바로 옆인데... 토마오인가? 아무튼...... 정말 초인적인 힘과 인내력으로 애를 데리고 들어갔던 거 같아.
그리고 술 시키고... 애가 진정되길 좀 기다렸어... 나 담배 끊은지 한참 됐는데........... 갑자기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 미칠 거 같더라.... 나 진짜 레알 미친놈이야.
그리고..........술한잔 따라주면서........ 달래가면서.... 이야기를 대충 들었어.......... 결혼생활이 행복하지가 않다....... 이미 아이가 있어서 어쩔 수도 없지만...... 이건 자기가 생각한 결혼이 아니다.......... 남편과는 크게 대화를 안한다.....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자기 회사 이외에는 별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다... 음악도 안 듣고... 와인만 좀 안다... 그것도 와인 좋아해서 아는 것도 아니다.......... 뭐 그런 이야기............
결혼한지 일주일도 안돼어서 이 결혼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때마다 내 생각을 했고.......... 어떨 때는 정말 내가 죽이고 싶기도 했단다....... 왜.........자기를 이런 처지로 밀어 넣었는지.... 이야기 하면서 또 울고... 나도 들으면서 울고..............
그집이 딸만 둘이거든............. 그리고 할아버지때부터 큰 부자인 집이고 아버지는 교수야. 근데...........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고......어떻게 보면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엄격한 사람이야. 이 예쁜 딸 한테 어릴 때 유리 재떨이를 집어 던져 이마가 찢어진 적도 있었어. 그런 집안에서 자라다 보니 좀 자유분방해 보이고 항상 자상해 보이는 동아리 선배인 내가 너무 좋았고... 그러다 사귀게 된 거거든. 근데 난 얘가 절대로 집을 나와서 부모와 싸우면서까지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짜로 생각해 보면 나도 역시 자신이 없었어. 그 집 어른들, 내눈에도 어떻게 보면 괴물 같은 그 사람들과 싸워가면서 결혼할 자신은 없었어. 우리 집안 문제도 힘들고 어려운데.... 도저히 그런 문제까지 감당할 수 없었고 겁났던 거야.
진정되고 나니.......미안하다고 이럴려고 나온 거 정말 아닌데.......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또 우는 거야.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고...... 그때 그렇게 말한 건... 사실 내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말 꼭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또 달래고.......
그리고 대리 불러서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내일 모레 한번 더 보자고 이야기 했는데.............. 또 만날 자신이 없다....... 오는 길에 레죵 사서 들어왔다.............. 벌써 한갑 다 피워간다......... 폐가 타 들어가는 거 같다.............. 산다는 게 가끔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