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야기 마지막 후기다. 아마 이글 이후로... 다시 이 이야기 적을 일 없을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뭐... 나도 이 이야기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해서 여기 적지만 정말 레알 쪽팔리고 부끄럽다... 어디가서 이야기도 못할 이야기니까... 너무 욕은 하지마라.... 내가 나쁜놈이고 ㅄ인거 나도 잘 안다..... 그리고 쪽팔려서..아마 리플에 답변은 안할 거다. 정말 쪽팔리면...걍... 이 아이디 버리고 잠수탈 수도 있다.

그리고 걱정해준 여러 횽아들 정말 고맙다. 밑에 반말로 말해준 한 인생형님도 고맙습니다. 근데 제 나이도 30은 훌쩍 넘었습니다..^^

금욜 밤새도록 술퍼먹고.......... 일요일 새벽 3시인가 겨우 일어났거든.
여친이 집에 와서 밥 해놓고... 편지 놓고 갔더라구.
차마 용기가 없어서.... 오늘 아침에야 편지 읽었는데...
대략 내용이........ 

요즘 무슨 일 있는 거 안다. 아무래도 회사일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어제도 회사 회식으로 그렇게 술마신 거 아닌 거 안다. 오빠가 언제 회사일로 그런 적 있었나? 회사일로는 나만날 때 얼굴 한번 찌푸린 적 없는 사람인 거 다 아는데........... 개인적인 일 있는거... 그리고 나한테 말 못할 무슨 일 있는 거 다안다. 토요일 아침부터 오빠집에 왔는데 오빠 완전 술취해서 드러 누워 있는 모습만 보고 간다. 술취해서 자면서도 울더라. 그거 보고 나도 울었다.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해서 자는 동안 오빠 아이폰으로 문자하고 메일 다 보고 싶었지만......... 나 참았다. 오빠 믿고 싶어서. 지금 나한테 말 못할 일이라도 나중에 나한테 이야기 해줄 거라고 믿고...... 나 그때까지 오빠한테 전화 안할 거다. 오빠가 나한테 말할 수 있을 때 전화했으면 한다. 많이 슬프고 섭섭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니까 참고 믿고 기다릴 수 있을 거 같다...............

읽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그래 이러면 안되지... 내가 정말 미쳤구나...

오늘 만나기로 했으니 만나서 그냥 옛 이야기만하고... 그리고 이제는 서로 연락하지 말자고, 그리고 그 남자하고 어디 상담이라도 받아서 행복하게 살아 보라고...... 그렇게 이야기 해야지.

그리고 오늘 다시 나갔어. 그저께 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한결 가라 앉더라구. 물론 여친 편지가 많이 힘이 되었어.

그 애를 기다리면서 다시 여친 편지를 꺼내 읽었어. 그때 그 애가 자리에 앉더라고. 웃으면서 뭐 읽어? 하고 묻길래.......... 나도 모르게... 그냥 안주머니에 넣으면서 별 거 아냐. 그냥 개인적인 거야.... 그랬어. 속으로는 왜 당당하게 결혼할 사람이 보낸 편지야..하고 말 못할까...나는...그런 생각이 들면서 또 부끄럽더라.

그리고 집에 잘 들어 갔냐... 너무 울어서 눈은 안 부었냐... 이런 가벼운 농담하면서 그래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영화 이야기도 좀 하고..옛날 이야기도 좀 하고... 이렇게 가볍게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한 거 같아. 이상하게 얘하고 말하고 있으면 시간이 휙 지나가는 거 같아. 옛날에도 그랬지만. 그냥 시시한 이야기를 하는 데도 재밌고, 그 이야기가 의미 있는 거 같고............

그러다가...힘겹게.... 그래, 그런데 우리 다시 만나면 안될 거 같아.... 그 이야기 하려고 나왔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애 입에서 미소가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바로 그애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구. 거짓말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냥 눈물이 뚝뚝뚝 흘러 내리는 거야. 그 눈물을 보는 것만으로 정말 누가 내 가슴을 칼로 후비는 것처럼 괴롭고 아프더라. 저 눈물을 막을 수 있다면 레알 지금 당장 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해도 내놓을 수 있을 거 같더라.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는데, 나 정말 힘들고 가난하게 컸고........... 특히 대학들어갈 즘에는 집이 완전히 망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남긴 유산도 완전히 다 거덜나서.......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거지나 다름 없었어. 다행히 공부는 좀해서 학교에서 주는 혜택하고.... 어머니 친척중 몇명이 워낙에 부자라서 그 쪽에서 가끔 도와주는 돈으로 겨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형편이었어. 그런데 진짜 단 한번도 이 애가 가진 배경이나 재산 때문에 이 애를 좋아했던 적은 없었어. 오히려.......... 이 애가 좀 가난한 집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나하고 결혼해도 고생하는 걸 견딜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어. 그리고 헤어질 때도 자격지심인지..... 이렇게 곱게 고생 모르고 큰 애가.. 지금이야 순진해서 그냥 사랑에 눈멀어서 집 나와서 몸뚱이만 가지고 나랑 살겠다고 하지만..... 단칸 월셋방에서 고생하는 걸 견디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그 고생을 시키는 것이 진짜 사랑은 아니다...  이런 생각도 있었거든. 물론 그 집 아버지.... 난 그 어른을 직접 보지도 못했어. 그 애 어머니가 말하길, 만일 애 아빠가 안다면 분명 나를 죽이려 들거다라고 말하시더군. 그리고 그 애 말을 들어도 정상인은 아니었어. 그런데 괴물같은 아버지가 무서운 것도 사실이고, 그런 집안인간들과 싸워가면서 사랑을 이룬다는 건 그냥 소설에서만 나오는 거지... 난 자신없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애가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고생 하는 거, 그거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자격지심인데............ 생각보다 빨리 자리잡았고........ 지금은 그냥 보통으로는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그런 어리석은 마음이 들었는지..... 없는 놈의 자존심이라고......... 너무 가난하고 없이 컸지만 단 한번도 누구한테 머리숙인적 없었고 불쌍해 보인 적은 없었거든.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학점이 3.5 넘어야 입학시 받은 장학금이 유지됨) 아르바이트 하고, 그리고 이런저런 영향으로 깔끔하게 다녀서 후배들 중에는 내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렇게 없는 놈이 자존심 세우는 거, 이게 바로 아직 어리고 ㅄ이라는 증거라고 봐.

암튼 눈물흘리는 그애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게 보고 있는데........ 나도 왈칵 또 눈물이 나오는 거야. 아...... 정말....... 죽고 싶더라.
그애가 울면서 내가 우는 걸 바라보더니... 눈물 닦고.... 손수건을 주더라고. 나도 그 겨우 눈물 닦고.......... 미안하다고.. 겨우 말했어.

그애가... 알겠다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자기도 그럴려고 했다고....... 자기도 진짜 그말 하려고 했다고... 그러면서... 또 우는 거야.
그러더니......... 우리 마지막으로 여행 한번만 가면 안되겠냐고......... 그냥 가까운 곳에 우리 예전에 갔던 곳에 잠깐만 가서 바람만 한번 씌고 오자고 그러더라. 그걸 어떻게 거절 하냐......... 그래서 나도 고개만 끄덕이고.........

인천으로 갔어. 야......오늘 영종도에... 날씨도 좋고 따뜻하고 사람도 좀 있고.. 분위기 너무 좋더라....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계속 걸었어. 옛날이야기 하면서..... 웃기도 하고... 같이 만나던 후배들 이야기도 하고, 그애가 워낙에 서로 연락을 안해서 아이들 소식을 전혀 모르더라구. 그러면서 같이 웃고....... 그러다가 그애가 손을 잡는 거야.... 그래서 손잡고 계속 걸었어.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몸을 살짝 기대는데........ 차마 거절을 못하겠더라......... 아니 거절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의도적인지 몰라도... 더 강하게 접촉하는 느낌이....... 마치 옛날 처음 연애할 때 같은......... 하긴 그때도 이 애가 먼저 내 자치방으로 찾아 왔었거든. 물건 두고 갔다는 핑계로....... 난 ㅄ 이라서......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던 놈이고.

나중에 그러더라. 어느 여자가 남자 자치방에 렌즈 세척액 두고 가지러 가냐고. 그걸 믿는 인간은 선배 하나 밖에 없을 거라고. 다른 물건 두고 갈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그 물건 골랐다고. 그러면 알아 차리겠지............ 그런데 정말 못 알아차리더라고. 그 때 속으로 얼마나 뭐 이런 ㅄ같은 남자가 다 있냐고 욕했는 지 아냐고........ 그러더라. 내가 원래 좀 찐따였어. 내방에서 동아리 모였다가 그 다음날 물건 가지러 오겠다고 하길래 정말 그런 줄 알았지. 렌즈세척액도 돈주고 사는 물건이니까....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차비나 그 가격이나 별 차이가 없긴 하더라...게다가 도시락까지 만들어서 왔던데 그래도 그냥 애가 참 착하구나.......... 완전 새침떼기에 도도해 보이는데 그냥 겉모습이고 사실은 싸가지 있는 애구나... 선배가 행사준비한다고 밥도 못먹을까봐 도시락도 싸서 올 줄 아는 애구나...그런 생각만 했거든. 

둘만 있는 게 좀 어색해서 버벅거리고 있는데, 얘가 밥 다먹고 커피 끓여서 갑자기 내 바로 옆에 앉는 거야. 깜짝놀라서 내가 벌떡 일어섰거든. 그리고 버벅 거리면서 나가야 한다고... 얼른 나가자고 그랬거든. 약속있다고. 이 일로도 나중에 진짜 욕 많이 얻어먹었어. 아니 남자가 뭐 그러냐고. 내가 그렇게 매력없어 보였냐고. 내가 선배 잡아먹기라도 할 줄 알았냐고...그때만 생각하면 너무 자존심 상하고 신경질 난다고. 아니........ 난 누가 날 좋아해서 그런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 뭐 볼게 있어야지. 뭘 보고 누가 날 좋아하겠냐고....... 그러니까 얘가 그러는 거야. 아니 인기 많다고.... 좋아하는 사람 한 두명이 아니라고.......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지눈에 안경이라고.... 그 때 이애한테 뭐가 씌여서 자기 눈에 멋있어 보이니까 남들도 그런 줄로 각하는 거지. 일종의 인지 부조화랄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난 정말 별 볼일 없는 놈이었거든.

그러다가 배고파서 근처 아무데나 가서 회먹고........ 술한잔 하고......... 유리창으로 바깥보면서.... 정말 세상 걱정거리 하나 없는 사람들처럼....
어느새 날이 저물어서 이제 일어날 준비를 하는데........... 얘가 그러는 거야.
한번만 안아주면 안되냐고............
정말 마지막이라면..........
자기도 안고 살아갈 게 하나는 더 있어야 한다고.........

멍해지더라.......... 진짜..........

그런데........ 그때 내가 알게된 것은........... 원래 내가 그러길 바랬던 거고....... 내가 용기가 없어서 못 꺼낸 말을 얘가 꺼낸 거고...

둘이서 일어서서 아무 말없이........XXX호텔에 체크인 했어.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 그애를 위해서 내가할 수 있는 건 근처 제일 좋은 곳에 가는 거라서... XXX호텔까지 가는 것만이 중요했던 거 같아. 내 주제에 스위트룸을 예약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어.

키받고.... 올라가는 동안도 아무말이 없었는데 얘가 다시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대네...... 마냥 따스하게.... 그러더니 내귀에 조용하게 속삭이는 거야.
이거 하나는 인정해야해. 넌 정말 나쁜 놈이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 나......... 정말 ㅄ같은 놈이야.... 

그리고 둘이서 밤까지 침대에 누워있었어. 이상할만큼....... 아무리 서로를 원해도... 채워지지가 않는 거 같았어. 
정말 이 애를 그냥 먹으라고 하면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았고........ 
옛날에도 서로를 너무나 좋아했는데........ 오늘은 정말 옛날보다 더 느낌이 강해서 이대로 세상이 끝나도 괜찮을 거 같더라.
몇번인지도모르겠어........ 
이 애는....... 노골적으로 니 몸에서 나는 건 뭐라도 더럽지 않은 거 같다고.........  뭐라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런데........ 남편 몸은 아무리 깨끗한 부분도 징그럽다고............ 그러면서 또 울더라.
그리고................ 좀전에 집에 돌아왔다.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이애는 내내 울더라. 머리를 기대고 한쪽 손으로 내 손을 잡고...
나도 운전하는데..... 자꾸 눈물이 흘러서....핸들잡은 손으로 얼른 얼른 훔치면서....겨우 운전을 했어.

집앞에 내려 주는데................ 키스하고......... 다시 돌아와서 키스 하고........ 그러고..... 나 정말 연락안할 건데....... 어쩌면 할지도 몰라.
그래도 용서해줘............. 그러고 뛰어가더라.
난 아무 말도 못했다.

지금 생각같아서는 내가 먼저 연락하고 싶지만.......... 그건 하고 싶은 마음이고....... 다시 만나지는 않겠다고, 그냥 오늘을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하고 생각 하고 있다........

다시 담배 끊을 거다. 그리고.................. 내일은 여친한테 정말 좋은 선물 사서......... 선물하고........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다.
나, 정말 거짓말 못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한번 지어낼 생각이다............ 오늘 밤새도록 고민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