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경민] “우리가 해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한인 밀집지역인 팰리세이드파크 시의회 회의장에서 한인 고교생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시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 건립을 위해 시당국이 도서관 앞마당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결의안 ‘OC7’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표결에 앞서 한인 고교생들은 제임스 로툰도 시장과 시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뉴욕·뉴저지주를 중심으로 한인 사회의 풀뿌리 권익 신장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인유권자센터(KAVC)에서 지난 여름 인턴을 한 동포 학생들이었다. 남윤지(릿지우드고 12학년)·권크리스티나(펄리버고 11학년)·김폴(호레스 그릴리고 11학년)·심애슐리(홀리엔젤스 아카데미 11학년)·이조슈아(버겐카운티 아카데미 10학년)·안재(포트리고 9학년) 등이 그들이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대표, 오동현 한인유권자센터 뉴저지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 박제진 한인유권자센터 변호사와 데니스 맥너니 버겐카운티 행정담당 등이 이들을 지원했다.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추모비를 세워 많은 사람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설명이 끝난 뒤 시의회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부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 있느냐”며 반대했다. 그러자 한인 고교생 인턴의 활동을 지켜보며 이들을 적극 도운 팰리세이드파크 도서관 직원이 나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의안은 표결을 통과했다.
한인 고교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 설립을 추진한 건 지난해 7월이다. 팰리세이드파크시가 속한 버겐카운티 법원 마당에 아일랜드인·유대인·흑인이 당한 고통의 역사를 기록한 비석이 세워져 있는 걸 보고나서다. 이들은 2차대전의 대표적 희생자인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비석을 세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학생들은 여름방학 내내 한인이 모여 사는 거리에서 서명을 받았다. 한인사회나 관심을 보일 줄 알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고통을 함께 당한 중국·필리핀계는 물론 백인 주민도 적극 서명에 참여했다. 다른 한편으론 시당국을 찾아가 추모비 건립의 필요성을 집요하게 설명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시당국도 학생들의 열의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결의안 통과를 지켜보기 위해 온 데니스 맥너니 버겐카운티 행정담당은 “한인 학생들의 역사 의식이 인상적”이라며 “일본군 위안부는 전세계가 잊지 말아야 할 전쟁 범죄”라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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