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동호]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를 양심적으로 다뤄온 ‘니혼쇼세키(日本書籍)’ 역사 교과서(사진) 출판이 중단된다. 니혼쇼세키는 그동안 중학교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의 존재 등 일본의 과거 침략 행위를 객관적 시각에서 기술해 왔다. 이 교과서를 현재 출판하고 있는 니혼쇼세키신샤(日本書籍新社)는 21일 마감된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니혼쇼세키의 역사 교과서는 극우 세력들로부터 ‘자학적 역사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비판 공세를 받으면서 최근 10년 사이 채택률이 격감했다. 이 교과서는 한때 도쿄도 23개 구 전체에서 채택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다. 올해 채택 비율은 3%가량에 불과하다. 2000년대 들어 불어닥친 우경화 바람이 크게 작용했다. 극우파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1999년 도쿄도 지사로 취임한 이래 11년간 도쿄도 교육위원회를 장악한 것이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또 2001년 총리로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하는 등 일본 사회가 우경화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니혼쇼세키 교과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여파로 니혼쇼세키는 2004년 파산했다. 현행 교과서는 니혼쇼세키신샤가 승계해 지금까지 발행해 왔다.
이 교과서는 종군위안부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등 일본의 전쟁 책임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2004년 문부과학성 검증을 거친 현행 교과서는 종군위안부와 관련된 아사히(朝日)신문 기사의 사진까지 게재하면서 일본의 과거사를 고발하고 있다. 또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미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오키나와(沖繩) 전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주민들이 일본군으로부터 집단 자결을 강요받은 사실이 실려 있다.
그러나 우익 세력들은 이런 기술을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 역모)’은 2001년 후소샤(扶桑社) 출판사를 통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내놓았고, 지난해 4월에는 지유샤(自由社)를 통해 두 번째로 역사 왜곡 중학교 교과서를 출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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