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de & Prejudice_2 Monday 19 April , 2010 뜨거운 선망과 차가운 선입견에 둘러싸인, 모두가 아는 여배우, 그러나 그 누구도 모르는 고소영이라는 여자.이 매혹적인 아이러니의 존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소위 ‘밀고 당기기’를 안 하는 거네요?네, 안 해요. 어떤 때는 전화로 다투다가 제가 화내면서 먼저 끊어놓고는, 5분 안에 전화벨이 안 울리면 “자기, 왜 전화 안 해?” 하면서 또 제가 먼저 전화하고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자존심 세우고 신경전 벌이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바보 같아요. 전 제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한테 싹싹 빌어요.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웃음) 남자들의 로망이네요. 예쁜데, 심지어 털털하기까지 한 여자친구라니. 그런데 또 제가 아주 털털하지만은 않아요.(웃음) 예민하고 까다로운 부분이 분명 있죠. 요즘도 촬영이 있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스케줄이라도 알람 시계가 필요 없어요.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새벽 3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깨거든요. 자려고 누웠다가도 머리카락 떨어진 것이 보이면 일어나서 주워야 마음이 편하고요. 게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경우의 수를 열 가지쯤 미리 생각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이 일이 벌어지면 거기에서 파생될 다른 일들이 연이어 막 생각나니까, 못하는 일이 많아요. 사람들은 제가 별 고민 없이, 매사에 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요리 같은 것도 절대 안 하고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연인이 되고 난 후 발견한 장동건 씨의 새로운 모습은 없나요? 아주 자상하다는 거? 늘 잘해줘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지만, 남자친구가 그렇게 쉬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만나면서 둘 다 많이 변했어요. 누군가 바꾸라고 요구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하게 된 것 같아요. 제게 없는 면이 남자친구에게 있고, 또 남자친구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이 저에게 있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어떤 건가요? 저는 판단이 빠르고 맺고 끊는 게 분명하고, 남자친구는 신중한 편이죠. 그래서 서로 절충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부딪히기도 했죠. 하지만 나와 다른 상대의 어떤 면을 장점으로 봐주지 않는다면, 심지어 단점으로 본다면 그 두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죠. 처음엔 ‘나 같으면 그렇게 안 할 텐데, 어휴 우유부단해!’ 그러다가 지금은 ‘저 사람이 신중하고 참을성이 있으니까 나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구나’ 싶어요. 반대로 제가 단호하게 조언해서 일이 빨리 해결된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의논을 많이 해요.

강렬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파워 숄더 재킷과 저지와 시폰 소재가 믹스된 블랙 드레이프 원피스, 그리고 골드 버클 벨트는 모두 지방시.

프러포즈는 언제 받으셨어요? 언제더라? (웃음) ‘결혼하자’는 얘기를 남자친구가 여러 번 말했거든요. 처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한 건 작년 여름, 그러니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무렵이었어요. 설마, 프러포즈를 그냥 말로만 한 거예요? 로맨틱 무비에 많이 나오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프러포즈 이벤트는 없었어요. 하지만 거창한 방법을 동원해 프러포즈하지 않았다고 해서 애정이 없다거나 저에 대한 진심이 부족한 건 아니잖아요. 전 애교가 굉장히 많은 편이지만,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이벤트를 해야 한다며 남자친구에게 부담을 주는 건 싫어요. 애초에 제가 깜짝 이벤트를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요. 만약 정말로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얘길 해줘요. 남자들은 여자를 잘 모르잖아요.(웃음) 아무리 사이 좋은 커플도 결혼 준비를 하면서는 안 싸울 수가 없다던데요? 저희는 다행히 그런 문제는 없었어요. 일단 남자친구가 저에게 다 맡겼고, 혼수는 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만 장만하기로 했거든요. 하지만 결혼 준비를 해보니까, 이건 저희 둘뿐 아니라 양가의 가족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보통 싱글들이 그렇지만, 지금까지 전 저 하나만 신경 쓰면서 살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내가 배가 고플 때 밥을 먹고요. 그런데 갑자기 수많은 식구가 생기니까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었는데, 그럴 땐 남자친구와 상의했어요. 고소영 씨가 직접 언론 매체와 이야기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죠? 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둘이 직업이 같으니까, 무엇보다도 일로 인해 제가 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요. 게다가 지금은 뭐든지 둘이 얽혀 있잖아요. 사람들의 관심이 저 따로, 남자친구 따로가 아니라 두 사람에 대한 거니까, 결국은 인터뷰에서 우리 얘기를 할 수밖에 없고요.

카키와 실버 컬러를 믹스한 카무플라주 패턴의 원 숄더 스팽글 미니 원피스와 와펜과 비즈를 장식한 턱시도 실루엣의 파워 숄더 재킷은 발맹, 골드 스터드 장식의 힐은 애쉬.

오늘 <인스타일>과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까 장동건 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특별한 말은 안 하던데요?(웃음) 이제 날짜상으로도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둘 다 그동안 근거 없는 이야기 때문에 답답한 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고요. 특히 결혼식 10억설, 20억설 같은 건…. 어떻게 10억과 20억이라는 액수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출처가 ‘고소영의 측근’, 혹은 ‘장동건의 측근’이라고 하니까 괜히 우리끼리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자기네 쪽에서 얘기한 거 아냐?” “너네 쪽에서 그런 것 같은데?” 하면서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너무 무의미한 거예요. 한번은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우리가 만나는 거 누가 얘기했을까? 진짜 뭐라고 안 할 테니까 누가 얘기했는지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요.(웃음) 결혼식에 대해서도 별의별 기사가 다 났어요. 결혼식 식대가 한 사람당 20만~30만원짜리라는 기사가 났던데, 저는 그런 메뉴는 본 적도 없어요. 하객은 또 1천 명이래요. 그 장소는 사람이 그만큼 들어가지도 못하는 공간인데 말이죠. 오히려 막상 오셔서 ‘별거 아니네’ 하실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예요.(웃음) 웨딩드레스도 정말 보러 간 적 없어요. 그런데도 기사에는 ‘고소영이 웨딩드레스를 보러 왔다’고 났더군요. 딱 잘라서 ‘왔다’고 하니, 우리끼리 “유령이 보러 갔나 보다” 그랬어요. 게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반지를 갖겠다’ 같은 기사는 대체…. 지금 나라 안팎에 큰 사고도 많고 힘든 분도 많은데, 저 혼자 ‘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반지를 가질 거야’라며 세상 물정 모르는 애처럼 비쳐진다는 게 너무 괴로워요. 사실 커다란 알 박힌 반지를 받아봐야 뭐하겠어요. 전 답답해서 반지도 잘 안 끼는데…. (흘끗 쳐다보니 그녀의 손가락에는 실반지 하나 끼워져 있지 않았다.) 장동건 씨가 소위 ‘1등 신랑감’이다 보니, 고소영 씨가 혼수를 아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그럼 저는요? 저는 2등 신븟감이에요?(웃음) 요새는 혼수를 많이 해가는 사람이 ‘1등 신붓감’이라나 봐요. 특별히 뭘 사들이고, 신혼집을 꾸미려고 가전제품을 몽땅 새것으로 바꾸진 않았어요. 쓰던 살림살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쓰고, 꼭 사야 할 것만 사기로 했지요.

플라워 패턴과 레오퍼드 패턴이 조화를 이룬 시폰 튜브 드레스는 돌체앤가바나, 브레이슬릿과 링은 톰 빈스 by 10 꼬르소 꼬모, 빅 프레임의 브라운 톤 선글라스는 돌체앤가바나 by 룩소티카.

그러고 보니 결혼식이 채 한 달도 안 남았네요. 준비는 잘되세요? 양가 합쳐서 하객이 5백 명이고, 그분들께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저희 두 사람은 의견이 같았어요. 평생 한 번 하는 결혼식이잖아요. 정말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저희를 지켜봐주시고 또 저희가 좋아하는 지인들만 모시고 차분히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박중훈 씨가 사회를 보시는데, 신랑 신부에게 장난스러운 걸 시키면 전 가버릴 거라고 그랬어요.(웃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단 언약을 하는 날인데, 들썩들썩한 파티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무슨 공연처럼 ‘결혼식 티켓’ 달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결혼식에 대해 기사화된 것 중에 사실인 건 하나도 없나요? 신혼집이 흑석동에 있는 건 맞아요. 그리고 결혼식을 신라호텔에서 하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기사에 나온 것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도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양가 부모님의 의견도 여쭈어야 하고요. 다음 주에 많이 정하게 될 것 같아요(인터뷰를 한 날은 결혼식을 3주 남짓 남겨놓은 4월 9일이었다). 아직 신혼여행도 어디로 갈지 결정 못한걸요. 지금 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고소영은 결혼식 때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까’예요. 저도 아직 몰라요.(웃음) 몇 가지 드레스 사진을 보긴 했지만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어요. 웨딩드레스는 전부 다 너무 예쁘잖아요. 여러 개 보면 오히려 혼동이 될 것 같아서… . 아, 어느 언론 매체에 나온 기사를 보니 제가 하와이에서 드레스를 공수했다던데요?(웃음) 그럼 지금까지 확실히 결정된 건 뭐예요? 신혼집이랑 결혼식장 정도예요. 그리고 다음 주에 청첩장이 나올 거예요. 고소영 씨가 이렇게 담담한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전 혼자 시장도 잘 보러 다녀요. 마트에 가서 엄마가 필요하시다는 생필품도 쇼핑하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어묵도 사 먹고요. 의외로 낯가리는 성격은 아니에요. 아, 그런데 다니던 장소만 계속 가는 경향은 좀 있어요. 그게… 운전은 엄청 잘하는데 길을 잘 몰라서.(웃음) 홍대 어딘가에 맛집이 있다는데, 길을 몰라서 못 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런 일로 바쁜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홍대에 맛있는 라면집이 생겼다는데, 나 갈래” 이럴 순 없잖아요.(웃음)

화이트와 블루 컬러 유리 조각을 촘촘히 장식한 미니드레스와 화이트 버클 벨트는 모두 구찌.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달아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완전 아날로그거든요.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왠지 좀 싫더라고요.(웃음) 먹는 걸 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굉장히 좋아해요. 예전에 어떤 분이 저한테 “넌 생긴 건 공주 같은 애가 먹는 건 똥개네”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요. 하지만 연예인이라고 어떻게 매일 스테이크를 썰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도 머리를 곱게 드라이하고 있겠어요. 혹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나요? 그런 것 같진 않아요.(웃음) 전 헬스클럽이 너무 재미가 없어요. 스포츠는 좋아하지만, 갑갑한 실내에서 몸매를 만들려고 하는 반복적인 운동에는 흥미를 못 느껴요. 그래서 한때 등산을 했는데, 등산을 하니까 좋긴 한데 너무 많이 먹는 거예요!(웃음) 매번 오이, 사과, 배를 싸가지고 가니까 산에서 먹죠, 또 등산로 입구에 맛있는 데가 얼마나 많아요. 처음에는 ‘다이어트할 거니까 도토리묵만 먹어야지’ 하다가 메뉴판을 보고는 ‘어머, 파전 맛있겠다’ 하면서 더 주문하고…. 나중에 아이가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원칙적인 대답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도와줘야죠.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으론 건축가나 파인 아티스트처럼 무언가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직업을 동경해서 그런가 봐요. 결혼 후 고소영이라는 배우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저에게 맞는 옷을 입고 싶어요. 예전에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선택한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 몸에 맞는 역할을 찾고 싶어요. 제가 원래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조급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는 대신, 당분간은 여자로, 한 남자의 아내로 순리대로 살고 싶어요. 놀랍네요.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이 인터뷰의 결론이 ‘고소영은 담담하고 보수적인 여자다’가 될 줄은 몰랐거든요. ■

셔링과 플레어 디테일이 여성스러운 인디언 핑크 컬러 원피스와 주얼 장식의 트위드 재킷은 모두 이자벨 마랑, 해 모양 네크리스는 쇼파드의 해피 다이아몬드 선 라인, 화이트 밴드의 클래식한 디자인 워치는 워블로.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일 4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기획 / 에디터 이정금 신윤영
• 사진 / 최용빈
• 메이크업 / 우현증(W퓨리피)
• 헤어 / 유다
• 촬영협조 / flower: 더스타웨딩앤파티 set styling: 강정선
• 스타일리스트 / 정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