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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e & Prejudice_1 Monday 19 April , 2010 뜨거운 선망과 차가운 선입견에 둘러싸인, 모두가 아는 여배우, 그러나 그 누구도 모르는 고소영이라는 여자. 이 매혹적인 아이러니의 존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소영은 오후 4시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촬영 스튜디오 앞에는 이미 서너 시간 전부터 여러 매체의 취재진과 ENG 카메라가 소란스레 대기 중이었다. 열애 기사가 난 직후부터 결혼식이 임박한 현재까지 결혼 당사자들은 내내 점잖게 과묵했던 반면, 그들에 대한 미디어의 무성한 추측과 억측은 매일 재크의 콩나무처럼 무서운 기세로 자라고 있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호원들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긴장감은 이 결혼에 쏠린 세상의 이목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어수선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소영은 약속한 시각에 정확히 나타났다. 이날은 <인스타일 코리아>가 창간 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여배우를 표지 모델로 촬영하는 기념비적인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소영은, 역시 고소영이었다. 이것은 동어 반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명제다. 데뷔한 순간부터 고소영은 ‘고소영’이었고, 그 무렵부터 누구와도 닮지 않았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녀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함없이 견고하다. 총 12컷에 걸친 패션 화보와 표지 촬영이 모두 끝나기까지 거의 8시간이 걸렸지만, 고소영은 표정과 포즈에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정돈된 모델이었고, 컷과 컷 사이, 촬영을 준비할 때와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사이의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네크라인의 자연스러운 주름 디테일이 특징인 롱&린 실루엣의 크림색 드레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별이 떨어지는 듯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샤넬 파인 주얼리의 꼬메뜨 라인, 컬러풀한 원석을 장식한 악어가죽 클러치는 콜롬보.

마침내 촬영이 모두 끝났다. 고소영은 자신이 입고 왔던 파스텔 톤 스웨터와 데님 팬츠로 갈아입고 분장실 의자에 앉았다. 초현실적으로 화려한 여배우의 자아를 파인 주얼리를 걸친 드레스와 함께 벗어버리고 ‘고소영’이라는 일상적인 여자로 돌아온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촬영할 때부터 비행기를 탄 것처럼 한쪽 귀가 약간 먹먹했다면서, 아무래도 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이거 조금 먹으면서 얘기해도 될까요? 턱을 움직이면 귀가 먹먹한 게 좀 나아질 것 같아서요.” 커피 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한 머핀을 가리키며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살가운 안주인처럼 마주 앉은 사람에게도 머핀과 스콘을 권했다. 시각은 이미 자정이 넘었다. 지금쯤이면 달이 하늘 꼭대기에 걸려 있으리라. 장동건, 고소영 커플에 대해 그동안 미디어가 경쟁적으로 쏟아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어쩐지 성능이 신통치 않은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쳐다보는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무리 힐끔거리고 궁리한다 해도, 달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정말로 그곳에 가본 극소수의 사람만이 안다. 그리고 데뷔 이후 지금까지 마치 달처럼 대중과 더 가까워지지도, 그렇다고 더 멀어지지도 않은 채 언제나 맹목적인 선망과 냉소적인 선입견의 대상이었던 고소영이 바로 눈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입안에 넣은 머핀을 삼키자마자, 하루 종일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을 포함한 온 세상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부터 물었다.

러플 디테일과 골드 자카드 소재가 조화를 이룬 쿠튀르 터치의 원피스는 마크 제이콥스, 메탈릭 핸들의 골드 클러치는 토즈, 하트 펜던트 목걸이와 빅 링은 모두 쇼파드.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왜’ 장동건 씨였나요? 그러니까, 장동건 씨의 어떤 점 때문에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남자친구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 동건 씨를 봤을 땐 딱히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어요. 앗, 그게 가능한가요? 장동건 씨를 보고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네.(웃음) 동료 이상의 감정은 없었어요. 그땐 둘 다 너무 어리기도 했고, 연예인이라는 직업 때문에 친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지만 내 남자, 내 여자가 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는 생각? 그 무렵의 동건 씨는 많이 순수하고 일 욕심이 큰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보니 제가 원하는 멋있는 남자가 되어 있더라고요.(웃음) 그렇다면 ‘친구인 남자’가 ‘좋아하는 남자’로 변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다들 기대하시는 것처럼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 둘 사이엔 언제나, 어떤 경우에도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의리 같은 게 있었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건 무슨 일이 있건, 항상 자신 있고 떳떳하게 ‘저 사람은 내 편’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였죠. 그래서인지, 두 분이 10년 전부터 사귀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남녀다 보니 또 마냥 편한 동성 친구 같을 순 없잖아요. 서로 호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땐 아직 어린 나이였고, 섣불리 남녀 관계로 만났다가 자칫 그 만남이 깨지기라도 하면 인간적으로 좋았던 친구까지 잃게 되잖아요. 그러기엔 서로를 아끼는 감정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친구 관계를 잘 유지했나 봐요. 물론 애정이 더 깊어지긴 했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신뢰와 좋아하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모르겠지만, 전 그래요. 친구에서 연인이 된 건 언제예요? 2년 반 정도 됐어요.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도 타이밍이 중요한가 봐요. 이렇게 결혼하지 않고 연기만 하면서 산다면 삶이 늘 똑같지 않을까, 나의 ‘제2의 인생’은 뭘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예쁜 아기도 낳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무렵, 동건 씨도 저와 비슷한 걸 느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게 됐어요. 요즘 보기 드물게 신중한 커플이네요. 10년 동안 사귀는 커플만큼이나 흔치 않은 경우죠. 남녀 사이에도 오랫동안 쌓인 인간적인 신뢰가 중요하잖아요. 외국에 가보면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런 장면을 우리나라에선 통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어릴 적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팔베개해주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했어요. 사실 말이 그렇지, 밤새 팔베개하고 자면 뭐 그리 편하겠어요.(웃음)

화이트 플리츠 피케 원피스와 화이트 레더 벨트, 블랙 컬러 테이핑 디테일의 후디 가운, 옐로와 터키 블루 컬러 플라스틱 뱅글, 브라운 숄더백은 모두 에르메스.

장동건 씨는 그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인가요? 네. 제 이상형의 첫째 조건이 ‘가정적인 남자’예요. 항상 가족과 의논하고 가족을 배려하는 남자. 그 다음이 ‘거짓말 안 하는 남자’고요. 제가 눈치가 너무 빨라서 상대방이 거짓말하면 금세 알거든요.(웃음) 남자친구는 다들 생각하시는 것처럼 진실하고 진솔한 사람이에요. 요새 동건 씨랑 둘이 그런 얘긴 해요. 예전부터 그냥 막연하게 ‘내 짝은 누굴까?’ 하며 궁금해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아주 낯익은,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는 친구였다고요. “어, 그 사람이 결국 자기였어?” 그러면, 동건 씨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그래요.(웃음) ‘남녀탐구생활’에서 ‘장동건-고소영 열애 기사가 뜬 날의 남과 여’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혹시 보셨어요? 아, 저 그거 봤어요. 아주 잘 봤어요.(웃음) 그만큼 다들 충격이 컸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데이트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예요? 별거 없어요. 그냥 차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집에서 봤죠. 딱 한 번 압구정동에 있는 극장에 간 적이 있어요. (송)혜교 씨, 현빈 씨 커플이랑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러요.(웃음) 주차하고 걸어가는 저희 모습을 봤다는 분이 많더군요. 아, 동네에 있는 공원에도 갔어요.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파카 입고 목도리 두르면 아무도 모를 테니까 우리 한번 나가보자’ 했죠.

벌룬 실루엣의 보랏빛 원피스는 발렌시아가, 투티프루티 로즈 핑크 밴드의 빅 워치는 위블로.

마음껏 데이트하지 못해서 답답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편했어요. 바깥에 나가면 저희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둘 다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밖에서 자유롭게 데이트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누가 누구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죠. 그리고 둘 사이가 알려지고 난 후에는 같이 다녀도 다들 자연스럽게 봐주셔서 좋아요. 밥 먹으러 가도 ‘앗, 장동건이랑 고소영이 여기 왜 왔지?’ 하시지 않으니까 저희도 행동하기 자연스럽고요. 그래도 남자친구와 꼭 함께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었을 법도 한데요? 어쩌죠? 딱히 없는데….(쑥스러움과 민망함이 섞인 웃음) 전 정말 바라는 게 없는 여자친구인가 봐요.(웃음) 어떡해요. 대답이 이래서 너무 기운 빠지죠?(미안한 표정) 원래도 이렇게 담담한 여자친구였어요, 아니면 최근에 달라진 건가요? 원래 그래요.(웃음) 사실 우리도 둘이 있으면 소소하게 재미난 일이 많은데, 알콩달콩한 연애 에피소드 같은 걸 물어보시면 딱히 할 얘기가 없어요. 그냥 우리끼리 웃긴 거지, 그게 왜 웃기는지 다른 사람한테 설명하려고 하면 시시하고 재미없는 얘기가 되더라고요.(웃음) 고소영 씨는 연애할 때 어때요? 연애하는 패턴이 있나요? 저는 연인 관계로 발전한 후부터 잘해줘요. 아무 남자에게나 친절한 스타일은 확실히 아니에요. 하지만 남자친구에게도 매번 어렵고 도도하게 굴면 어떻게 사귀겠어요.(웃음) 그 ‘잘해준다’는 게 어떤 건지 상당히 궁금해지는데요? 그냥 무조건 잘해주는데….(웃음) 예를 들면, 뜨개질해서 목도리를 짜주는 거? 남자친구 것만 만들지 않고 어머님, 아버님 목도리까지 다 짜드렸어요. 쇼핑할 때도 제 것보다는 남자친구 옷을 더 보게 돼요. 그게 더 즐겁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