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위터(twitter)에 올라온 글 하나가 필리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소동이 있었다.
트위터(twitter)는 1인 미디어 및 커뮤니티, 정보 공유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친구 소개, 인맥관계를 넓힐 것을 목적으로 개설된 커뮤니티형 웹사이트이다.
무료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 Service, SNS)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의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SNS 서비스 라고 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이러한 공간에 한국인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I hope it keeps raining and die in floods like those filpino monkeys'라는 문구를 올렸다. 트위터의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이글이 퍼져 나갔고, 이를 본 필리핀 네티즌들의 원성이 댓글에 자자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수많은 해프닝 중 하나쯤으로 치부해 버리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필리핀 네티즌들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다른 이들(필리핀 사람)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는 말까지 원문에 보태 무작위로 전송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문자메시지 사용이 생활화 되어 있는 필리핀에서, 체인메일이나 행운의 편지와 같이 삽시간에 빠른 속도로 필리핀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커져 필리핀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반감 내지는 혐한류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한 교민은 이 메시지를 본 필리핀 직원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보여줬다고 전하며 “어느 철없는 학생이 아무생각없이 장난을 했는지 몰라도, 한국인인 내가 봐도 얼굴이 붉어지도록 불쾌한 내용인데, 이를 본 필리핀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며 반문한 뒤 “태풍 피해로 가족과 생활터전을 잃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위로는 못해줄망정 경솔한 행동으로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며 “이런 발언에 대한 책임은 학생자신보다 부모들에게 더 많다”고 질책했다.
◆ 자국 및 자국민 멸시는 방치 않는 필리핀
올해 초 미국 CBS방송의 간판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한 영화배우 알렉볼드윈이 “우편주문 신부(mail-order bride)를 구해 필리핀 아니면 러시아 여성과 결혼하려고 생각한다. 이제 쉰한 살이나 됐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선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으며, 레터맨 또한 “나중에 내게도 한 명 주문해 달라” 말해, 뉴욕주재 필리핀 영사가 사과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홍콩 칼럼니스트는 필리핀을 ‘가정부의 나라'라는 조롱투의 글을 써 홍콩에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 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 칼럼니스트는 단체의 항의에 스페인어로 작성된 사과문을 써 필리핀 당국에 의해 필리핀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홍콩 유명배우인 장학우는 3년간 21명의 필리핀 가정부를 해고해 홍콩내 필리핀 영사관으로부터 가정부 고용 금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중동에서 일하는 자국 근로자가 살인 혐의로 처형 위기에 처하자 직접 찾아가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국민 근로자의 처형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필리핀은 OFWs(해외근로자)가 많은 국가답게 자국민에 대한 멸시 언행에 대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부차원에서 외교채널을 동원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는 해외근로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국 내 국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필리핀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 보노짓 후세인 교수 사건으로 공론화, 성숙한 국민의식 필요
“더러워, 너!, 이 개새끼야”,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나는 새끼야” 이 말은 얼마 전 인도출신 보노짓 후세인 교수가 버스 안에서 일면식도 없는 한국인에게 들어야 했던 모욕적인 인종차별적 욕설발언이다. 또한 함께 동행한 한국여성은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등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폭력을 당해야 했다. 이 사건은 인종 차별 관련, 첫 처벌이란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오던 ‘단일민족의 우수성'이란 순혈주의 의식 교육과 최근 들어 급속도로 늘어 이슈가 되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현상을 받아들이는 가치관들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혼란은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대한제국의 몰락,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미군정과 고도성장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우리는 인종에 대한 일그러진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다.
피부색이 흰 사람들은 무조건 미국사람, 미국사람은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주고,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 좋은 사람이란 맹목적인 호감을 보인 반면, 피부색이 우리보다 까만 흑인이나 동남아 국가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암묵적으로 멸시하는 풍조가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은 것이 3D 업종에서 일하기를 기피하는 내국인 근로자를 대신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와 농촌총각들과 결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땅을 밟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동남아 국가에 대한 편견의 벽은 더욱 두터워 졌다.
국가성장발전이란 화두 덕분에 당장의 급한 노동력 문제, 신부감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해 외국인들을 데려오긴 했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다. 외국인들을 내국인과 구분하지 않을 정도로 포용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러야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의식 성숙과 더불어 이에 걸맞는 정부의 포괄적이며, 거시적인 안목의 정책이 뒷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보다 국력이 덜하다고 동남아 국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멸시하는 데에는 우리가 우월하다는 지나친 우월감이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 사람이든, 필리핀 사람이든 모두 같은 아시안일 뿐이다. 반만년 유구한 단일민족의 자긍심까지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알고, 차이와 다양함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만 진정한 21세기 大한민국이 될 것이다. <전재종 기자>
전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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