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안중근 의사를 존경합니다. 꽃을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명함이 있습니까?"(다케시)
"아니요. 없습니다. 대신 이름을 수첩에 적어 드릴게요"(황은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일본과 한국을 도보 순례중인 테라시다 다케시(寺下武. 57)씨가 23일 서울 도착을 환영하는 행사에서 우연히 안 의사의 유족들을 만났다.
다케시씨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안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82), 은실(79)씨와 손녀 연호(73)씨가 역사관을 방문중이라는 얘기를 듣자 이들을 찾아 꽃다발을 건넸다.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다이린지(안 의사의 유묵과 그림이 보관됐던 일본 미야기현의 사찰)에서 도보순례를 시작했다"고 말했고 유족 3명 중 최연장자인 은주씨는 웃으며 "그곳은 나도 가봤다. 순례를 한 것에 고맙다"고 답했다.
일본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20여년 동안 평화운동가로 일하다 퇴직한 다케시씨는 작년 12월25일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일본 12개현 1천800여㎞를 걸었고, 부산항으로 입국해 진주와 순천, 광주, 천안 등을 거쳐 22일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 순례 도중에는 안 의사의 평화 정신을 기리고자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기도 했다.
그는 환영식에서 "안 의사한테서 전해 받은 신념 덕에 순례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일본에 처형당했지만 역사에 남을 좋을 일을 많이 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주씨는 "일본에서 안 의사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데, 이처럼 일본 측이 동양의 평화를 위해 의거를 했던 안 의사의 뜻을 조명해주니 유족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다케시씨는 2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를 찾고 2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순국 10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순례 일정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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