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한 서승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재일동포 가운데 한 명이다.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 교수의 주선으로 이 대학에서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서 교수는 또 197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주인공이다. 당시 수사기관은 서승, 서준식 형제가 북한을 방문해 대남공작 교육을 받은 뒤 반국가 지하조직을 구축한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야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3선을 위해 간첩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고문으로 거짓자백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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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1990년 석방된 서 교수는 일본으로 건너가 주한미군 철수,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을 찬성하는 강연과 기고를 활발하게 했다. 미국 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1998년 리쓰메이칸대 법대 교수로 부임했다. 사립 명문대인 리쓰메이칸대는 일본의 대표적인 좌파 대학교로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2000년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동북아시아 전문가 회의’를 발족시켰다. 이곳이 바로 코리아연구센터의 전신이다. 이때부터 서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기 시작했다. 2005년 코리아연구센터를 세운 이후에는 한국 정부와 기관들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다.
코리아연구센터에 가장 많은 지원금을 준 곳은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약 11만~15만 달러가 코리아연구센터에 지원됐다.
보도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관계자 K씨는 “국제교류재단 지원금이 리츠메이칸대처럼 국제회의와 강연에 쓰이는 건 아주 예외적인데다 금액이 너무 많다”며 “서승 교수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의 인맥을 통해 지원을 받은 걸로 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5월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는 ‘남북화해와 협력 10년’이라는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이명박 정권은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에서 햇볕정책을 폄하하고 있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당시 심포지엄을 위해 국제교류재단은 500만 엔(약7000만원), 삼성은 100만 엔(약1400만원)을 지원했다.
K씨는 “지원액수도 문제지만 행사의 성격은 더 문제”라며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학의 한국인 교수 A씨는 “대학 내부에서는 코리아연구센터가 한국 정부와 일본을 비난하기 위한 곳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이곳은 한국 문화나 한일 역사를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을 옹호하는 선동대 역할을 한다"며 “일본의 식민지 역사에 대해서 북한 정권의 시각으로 비판해 다른 교수들이 불편해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코리아연구센터는 2008년 11월부터 4회에 걸쳐 친북학자로 유명한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맡겼다. 그는 강연의 궁극적인 핵심이 일본 조총련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식민 지배를 했던 일본이 어떻게 북한을 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A씨는 전임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일본인 안자코 유카씨와 조총련계 정영환 선임연구원도 모두 서 교수와 같은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안자코씨는 고려대 강만길 명예교수와 함께 책을 내기도 했다. 그의 남편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으로 활동했다. 정씨는 과거 조총련 산하 조직인 유학동 간부였고 조선청년동맹 방북단으로 북한에도 여러 차례 갔던 인물이다. 지난 6월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한일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하려 했지만 우리 정부가 입국을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이 대학 코리아연구센터에 40만 달러가 넘는 지원금을 준 국제교류재단측은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많이 보냈다고 알고 있다”며 “코리아연구센터에서 지원금 사용 내역을 보내왔으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교수는 “강연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연료를 준다는 명목으로 영수증을 임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코리아연구센터에 자금을 지원한 정부 관련 기관은 한국국제교류재단 뿐만 아니라 동북아역사재단, 재외동포재단도 포함돼 있다.
국정원과 검찰이 서 교수를 여전히 간첩이라고 보는 반면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서 교수를 민주화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서울대와 코리아연구센터가 여러 차례 학술 교류 활동을 했다”며 “서승 교수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분”이라고 했다.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서승 교수는 민주화 인사지 친북 인사가 아니다”라며 “생각은 진보지만 인간관계가 넓어 보수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고 했다. 김귀옥 한성대 교양학부 조교수는 “최근 영화배우 김혜수씨가 코리아연구센터에서 행사를 했는데 김혜수씨도 조총련 계열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연구센터 자문위원과 외국인 특별연구원 가운데는 눈에 익은 이름들이 여럿 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 센터 자문위원이다. 특별연구원 명단에는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유종일 전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제자문, 서민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 등이 실렸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12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