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에 의존하던 일본피겨, 표현력의 중요성을 느끼다

일본의 피겨스케이팅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점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일본 선수들은 어려운 점프에 계속해서 도전해오고 있고 점프의 성공률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좌지우지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점프를 중요시 하는 일본선수들 중 깨끗한 점프를 뛰는 선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탑선수들이 잘못된 엣지와 회전수 부족으로 지적받고 있듯이 어려운 기술을 습득하려다 기초를 철저히 다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선수가 성장할수록 그 문제점은 더욱 적나라하게 들어나고 있다.

아사다 마오 역시 '트리플 악셀'에 의존하고 있고 프로그램에서 성공시키느냐 못시키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트리플 악셀에만 매달려온 결과 트리플 악셀 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아사다 같이 깊은 인사이드로 뛰는 럿츠점프는 교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다른 점프까지 무너지게 만들 수 있다. 아사다는 럿츠를 수정하려다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에 포함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쇼트에서 트리플 악셀을 포함시키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럿츠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다. 또 최근엔 토 점프에서 풀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버릇을 고치려다가 점프의 회전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수를 보이기도 한다.

올림픽을 몇 달 남겨둔 지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는 아사다팀에서 기술의 보완을 위해 선택한 것이 표현력의 향상이다.

표현력도 기초부터

얼마 전 보여준 '재팬오픈'에서 아사다는 기존에 볼 수 없는 표정들을 보여주기는 했다. 문제는 그것이 음악을 이해하는 연기라기보다 정해진 표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다.

아사다가 표현력이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강한 음악에선 강렬한 표정 서정적인 음악에선 온화한 표정을 짓는 것이 연기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다. 꼭 스토리가 있는 음악뿐 아니라 모든 음악의 작곡가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형상화해서 음악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가 어떤 감정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음악에서 그러한 작곡가의 생각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연기로 이어질 수 없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강한 표현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음악의 해석과 더불어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겨선수들이 표정뿐 아니라 온몸을 사용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사다의 가장 큰 착각은 몇 가지 표정만으로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기초가 없는 기술을 익히는 것과 똑같다. 무엇이든 시작부터 천천히 하지 않으면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 예술성을 기르는 것 또한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해석과 본받을 만한 선수들을 연구하는 자세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아사다는 이러한 기초는 다 무시한 채 단지 몇 가지 표정만으로 달라진 평가를 받길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 시즌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여유를 갖고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결국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갑자기 표현력을 앞세우고 있는 아사다의 행보가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 사진 출처 | SBS뉴스

다른 종목보다 피겨스케이팅은 선수의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체형이나 의상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

피겨의상은 한 벌에 100~500만원에 이를 만큼 고가이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의상에 들어가는 장식들은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다.

하지만 '과하면 안하니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몇몇 선수들은 의상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보기만 해도 번쩍번쩍한 비즈와 과도한 장식은 눈을 돌리게 만들어 버린다.
 

지난 시즌 안도 미키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입었던 의상은 혹평이 쏟아졌었다. 외신에선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옷 같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모로조프 코치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만든다는 그녀의 의상은 코치의 잘못인지 안도의 잘못인지 알 수 없지만 특이한 인상을 주려고 했다면 100%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분홍색과 군청색의 언발란스한 조화까진 참을 만 하지만 가슴과 치맛단에 달린 거대한 꽃장식은 그녀의 연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걸리적거린다. 안도의 체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의상은 신체조건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안도의 단점을 전혀 커버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사다는 베스트와 워스트를 오가는 선수이다. 대체로 중간은 가는 선수인데 지난 시즌의 의상은 호불호가 갈렸다. 쇼트에서 보여준 의상은 무난했다. 음악과 어울리는 파스텔 톤 보라색은 은은한 분위기를 주었고 팔을 모두 감싸는 의상으로 아사다의 긴팔을 더욱 강조했다.

하늘하늘한 치맛단과 앞부분의 장식도 과하지 않아 체형을 더욱 살려주었다. 다만 너무 밋밋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피부가 까만 아사다 에게 파스텔 톤은 잘안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 의상에 비하면 쇼트 의상은 별로 이야깃거리도 안되었다.

흡사 란제리룩을 보는 듯한 '가면무도회' 의상은 음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속옷이 그대로 비치는 듯 한 의상은 어딘지 모를 야릇한 느낌마저 주었고 강한 눈화장과 붉은 입술은 그것을 더욱 강조시켰다. 세계선수권때는 의상을 바꾸었지만 기본적인 패턴은 그대로였고 목장식은 안그래도 목이 짧은 아사다의 목을 더 짧게 보이게 하였다. 

▲ 조애니 로셰트 

조애니 로셰트는 자신의 체형을 잘 커버한 의상을 입는다. 키가 큰 편이 아니고 근육질의 체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볼륨감 있는 의상보다는 몸의 라인을 살리는 의상으로 좀 더 날씬한 인상을 준다. 의상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장식을 화려하게 하여 심심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핫핑크는 잘못 입으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색이었지만 장식과 조화를 이루어 적절히 색을 다운시키면서 세련된 인상을 주었고 포니테일 헤어스타일과도 잘 어울렸다. 

프리프로그램에서 입은 의상은 쇼트의상에 비하면 색감 면에서 칙칙한 인상을 주었지만 '아랑훼즈'라는 음악엔 나름대로 잘 어울렸고 역시 반짝이는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해주었다.  

조애니는 자신의 체형을 잘 알고 단점을 고려하여 의상을 선택할 수 있는 선수 중 한명이다. 

김연아는 언제나 피겨계의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특히 지난 시즌 '죽음의 무도' 의상은 굉장한 호평을 받았다. 마치 여배우 같다는 인상을 준 이 의상은 의상 앞에 장식된 장식들과 그것을 한톤 가라앉혀주는 검은색으로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등 부분은 깊게 파여 파격적이면서도 더욱 날씬한 인상을 주고 소매를 덮는 의상은 김연아의 가늘고 긴 팔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무엇보다 음악과 매치가 잘되는 의상으로 프로그램을 한층 더 살려주었다. 

'세헤라자데'에서는 홀터넥으로 디자인된 의상을 착용하여 목에서 부터 어깨로 떨어지는 라인이 잘 다듬어진 김연아의 체형에 잘 어울렸다. 기존 세헤라자데를 연기한 선수들의 이국적인 의상에서 한 단계 나아간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금색장식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의상과 더불어 머리장식도 세헤라자데의 느낌을 더욱 살려 전체적인 룩에 볼륨감을 주었고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을 때 우승자의 의상으로 손색이 없었다. 

피겨선수들의 의상은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이다. 의상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선수가 주는 인상이 틀려지고 프로그램의 몰입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체형과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시즌 선수들은 또 어떤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지 기대된다.  

 ※ 사진 출처 | SBS뉴스

김연아가 새로운 프로그램의 연습영상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그동안 연습장면을 한번도 공개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리에 연습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김연아의 현재 상태와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8분가량의 짧은 영상이어서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맥락은 알 수 없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여전하다.

이번 시즌 김연아는 그동안 뛰어왔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대신 트리플 럿츠 - 트리플 토룹 점프로 컴비네이션 점프를 대체했다. 지난 시즌 플립점프에 주의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정한 요소를 없애기 위해 변경한 구성 이다.

트리플 플립을 단독 점프로 뛰기 때문에 기본점수에 차이는 없으나 점프의 퀄리티에 따라 더 많은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09세계선수권 연습 때도 트리플 럿츠 - 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를 선보인 적이 있고 그 완성도는 기존의 트리플 컴비네이션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트리플 럿츠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기존보다 토룹의 높이가 낮아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럿츠는 김연아가 뛸 수 있는 점프 중에서 가장 높이 뛰는 점프이기 때문에 플립과 토룹을 컴비네이션으로 뛸때보다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럿츠 점프의 높이는 물론 비거리도 상당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새로운 컴비네이션의 성공률은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과 비슷하다고 하니 큰 실수가 없는 한 지난 시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트리플 럿츠는 김연아가 가장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는 점프이기 때문에 기존보다 높은 가산점을 노릴 수 있을 듯하다.

엣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주의판정을 받았던 플립점프도 몸이 더욱 확실히 안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엣지에 대한 불분명한 판정이 나올 수 없도록 하였다.

쇼트의 007메들리나 프리의 조지거쉰 피아노 협주곡 모두 기존 보다 리듬감을 앞세운 음악들이기 때문에 스텝에 더욱 많이 신경을 쓴 것을 볼 수 있었다. 스케이트 날이 거의 빙판에 눕는 듯 한 깊은 엣지사용과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엣지 체인지로 여자선수들은 어렵다는 레벨4를 노리고 있다.

김연아는 완벽하다?

김연아는 현존하는 여자 싱글스케이터 중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 실력못지않게 정신력도 강하기 때문에 큰 대회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력을 갖췄다고 완벽한 선수일 수는 없다.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심적으로 동요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에게 요구되는 것은 언제나 '완벽함'이다. 모든 선수가 깨끗한 경기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겠지만 김연아에게는 다른 선수들 보다 엄격한 잣대가 세워지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김연아가 세운 기준이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기준이 김연아에게만 적용된다면 선수는 항상 완벽해야한다는 관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김연아는 선수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노래나 춤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노출되는 모습이 많다보니 지켜보는 사람들로서는 김연아에게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바라게 된다.

하지만 김연아도 계속 성장해가고 있는 선수이다. 김연아가 '완벽에 가까운 선수'일수는 있으나 '완벽한 선수'일 수는 없다. 또 완벽한 선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잠깐 공개된 연습영상으로 너무 큰 기대감을 갖는것도 비판하는 것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올림픽이 있는 시즌이니 만큼 현재 컨디션이나 프로그램 모두 100%이기 보다는 시즌에 돌입하면서 서서히 끌어올릴 것이다.

선수 본인이 실력을 온전히 믿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연아가 항상 우승만 하길 바라는 것 보단 김연아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 사진출처 | SBS뉴스

10월 15일 에릭 봉파르 대회에서 김연아는 새로운 시즌의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그동안 언론과 일반인들의 출입제한을 강화하며 철저한 보완 속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습해 왔다.

최근 탑선수들이 대부분 프로그램을 공개한 가운데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들 중 한명이다. 올림픽이 포함되어 있는 중요한 시즌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서 많은 견제를 받고 있는 김연아의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최근 여성 선수들의 행보를 보면 김연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공개한 선수들은 대부분 강렬하고 파워풀한 음악을 선곡하여 심판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남기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선곡으로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어 오히려 심판이나 관중들에게 뻔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의 선곡은 더욱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김연아는 타 선수들과 다른 노선을 선택하였고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그랑프리 시리즈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김연아의 경쟁상대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불안한 출발을 보이며 만만치 않은 시즌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아사다 마오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리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단순히 기술적인 실수가 문제가 아닌 프로그램 자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없었고 현지에서의 반응도 비관적이다.

안도 미키나 나카노 유카리의 프로그램 역시 평소에 익숙한 음악을 사용하였지만 강한 임팩트를 느낄 수 없다. 올 시즌 복귀하는 사샤코헨도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나마 캐나다의 조애니 로쉐트가 지난 시즌 보다 발전한 프로그램을 공개함으로써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체점제가 도입된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으로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신체점제의 장점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유럽과 북미권에 뚜렷한 스타선수가 없는 현재 일본 선수들의 활약과 김연아가 한국인 최초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ISU에서도 새로운 회장 선거가 얼마 안남은 현재 올림픽에서의 성과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피겨계의 중심에 김연아가 있다

피겨는 정치적인 스포츠이고 올림픽은 세계선수권과는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피겨계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소수의 의견일 뿐이고 여전히 고지식하며 자본에 의해 흔들리는 스포츠가 피겨스케이팅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ISU는 개혁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체점제 도입으로 김연아가 혜택을 본 점도 있지만 그것은 순전히 김연아의 실력이 출중하였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만약 김연아가 모든 기술을 정확하고 깨끗하게 해내지 못했더라면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해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체점제에 완벽하게 적응한 김연아의 성장은 하락세를 걷고 있는 피겨스케이팅을 다시 부흥하게 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고 피겨스케이팅 개혁의 발판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김연아는 피겨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단지 뛰어난 선수가 아닌 세계피겨계의 흐름을 바꾸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스스로 무덤에 빠져버린 미국 피겨와 자본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한 일본 피겨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할지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왔다. 그들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로 김연아가 최상의 선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김연아의 영향력으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며 지원 또한 미미하다.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어떠한 성과를 거둔다면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김연아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미 스스로의 실력에 어느 정도 믿음감이 생긴 김연아 이기 때문에 부담감만 떨쳐낸다면 자신이 바라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 메달이 아니어도 이미 김연아는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제 겨우 20살이 된 소녀가 이룩한 것들을 보면 믿기 놀라울 정도이다.

김연아가 세계피겨 여왕으로 오랫동안 군림할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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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열린 재팬오픈에서 아사다는 두번의 트리플 악셀을 모두 실패하며 최악의 경기를 보여줬다. 08~09시즌 부터 한 프로그램에 두번의 트리플악셀을 시도해온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인정받으며 세계최초로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 두번을 모두 성공시킨 여자선수가 되었다.

아사다 마오 하면 저절로 트리플 악셀이 연상될 정도로 트리플 악셀은 아사다를 대표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선수 자체를 나타내는 기술이 된것이다.

어려서부터 일찍 아사다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점프'가 강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며 국내대회뿐 아니라 국제대회를 휩쓸게 되었고 어린 소녀가 수행하는 고난이도 기술은 일본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토 미도리 이후로 계속해서 고난이도 점프에 도전해오던 일본 선수들 중 아사다는 가장 특출난 실력을 보여주었고 천진난만한 연기는 차세대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여자선수가 '시도' 한다는 것 만으로도 피겨계에서 아사다의 가치는 높아져 갔다.

트리플 악셀에 속박되버린 아사다 마오

그러던 중 김연아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가면서 아사다는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된다. 그것은 김연아의 존재가 아사다를 위협했다기 보다는 아사다 스스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겨계엔 수많은 라이벌이 존재해 왔다. 카트리나 비트와 데비 토마스, 미쉘 콴과 이리나 슬루츠카야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어떻게 의식했는지 본인이 아닌이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자극을 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연아 역시 아사다가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촉진재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사다의 입장에서 김연아는 그렇지 못하였다. 오히려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자신감을 잃어가게 된 것이다.

지금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로 받아들이고 있을만큼 라이벌 이라기 보다선의의 경쟁을 펼칠 선수들 중에 한명이다. 

하지만 아사다는 지나치게 김연아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신의 색깔을 잃어가는 연기를 보이고 있다. 아사다가 주니어 시절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트리플 악셀을 뛴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보고만 있어도 빛이 나는 연기 때문이기도 했다.

표현력이 뛰어나지 않았음에도 아사다가 다른 선수들 보다 한단계 더 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녀는 피겨스케이팅을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쟁관계 속에서 초반의 마음가짐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사다는 이번 시즌에도 두번의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다른 점프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성공률이 50%도 안되지만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3-3점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 트리플 악셀은 뛰지 않으면 안될 점프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이유는 트리플 악셀은 아사다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뛴다는 것은 정해진 수순과 같이 되어버렸고 이러한 상황에서 트리플 악셀을 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사다 본인이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듯이 경기 중 심적으로 안정을 얻기 위해서도 트리플 악셀은 버릴 수 없는 기술이다.

피겨스케이팅은 '점프'가 전부가 아니다

올림픽 메달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선수 생활 중 가장 큰 영광 중에 하나이다. 아사다 같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는 많은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심적인 부담감은 탑선수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아사다에게 필요한것은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닌 경기를 치룰때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점프에만 메달린 나머지 다른 기술들을 허술히 수행하는 모습은 탑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보여주어야할 모습은 아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부담감도 즐길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르는 것 또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 사진 출처 | SBS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