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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술
강선주 (경남경찰청 경무과장)
 
약이 귀하던 궁핍한 시대에는 흙이나 오줌이며 똥도 약이 되었다. 놀다가 무릎이 쓸려 피가 나면 그 상처에 부드러운 흙을 발라두는 일로서 치료는 끝이었다. 까닭이 분명하지 않은 병에는 애기오줌을 받아 마시고, 뼈가 부러지면 된장덩어리를 처발라 친친 감싸 두거나 똥술을 해 마셨다. 되게 급하면 뒷간으로 기어가 제손으로 생똥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똥술은, 대의 마디를 원통처럼 잘라 그 한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솔잎으로 꼼꼼히 막은 다음 뒷간에 넣어두고 한 서너 달 기다리면 그 마디 안에 맑은 액이 괴는데 그것을 다시 막걸리와 섞어 숙성시켰다. 맛도 향기도 괜찮은 편에다 뼈 치료에는 그만이었다. 그러나 똥술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어, 아예 생똥을 막걸리와 섞어 숙성시켜 마셨는데, 한 삼일이면 술이 다 되지만 약효는 다소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다 급조된 똥술은 그 냄새가 너무나 고약하여 비위가 약한 사람은 마시기 힘들었다.

한 30여 년 전 꼭 이맘때였다. 수확철의 들일이 어느 정도 끝나가는 한가한 가을 한 나절, 감을 따던 작은형이 감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친 사고가 일어났다. 허리뼈가 부러졌으나 병원도 멀고 치료비도 없어 된장덩어리를 허리 밑에 깔고 그냥 누워 지내고 있었다.

한 사나흘 지났을까, 어머니가 막걸리사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고약한 구린내가 확 풍겼다. 똥술이었다. 어머니는 누워 있는 작은형더러 그것을 마시라고 했다. 직접 마셔보고 환하게 웃어보이며 마실만하다고 마셔보라 했다. 철든 나이에 자존심이 유별난 작은형이었다. 마실 턱이 없었다. 마침내 어머니는 옆에 있는 나더러 마셔 보라 하지 않는가. 왜 진작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얼쩡거리다가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똥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캬악! 그렇게 고약한 술을 마셔보기로는 내 생전 털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옆에서 “마실만 하재, 그자?!“ 하면서 눈을 찡긋거리며 넌즈시 압력을 넣었다. “형님아, 맛있다 제법 마실만하다야, 마셔봐라!“ 나는 작은형이 그걸 마시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작은형이 눈치를 힐끔힐끔 보더니 똥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형의 허리는 훨씬 빨리 나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똥술을 빚어서, 마셔 보이던 어머니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나와 작은형은 그 좀 구린내 나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까닭에 띠앗이 남다르다.

요즘 오줌을 마시고 병을 치료한 사례들이 발표되고 국제적인 학술대회도 열리고 있다니 옛 어른들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Write : 2007-10-15 09:30:00   |   Update : 2007-10-1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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