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교수(국제법)였던 정 전 차관은 장면 정권 때인 60년부터 협상단에 참여했다. 그는 63년 12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는 외무차관으로 직접 협상을 지휘했다. 5차부터 마지막인 7차 협상까지 관여한 셈이다.

최근 공개된 외교문서에 당시 정부가 ‘징용자·군인·군속 합해 103만 2684명’이라고 산출해 기록한 것에 대해 그는 “부처 어디도 정확한 숫자를 내놓을 수준이 못됐던 것이 당시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정 전 차관은 “관련 자료는 일본 사람들이 (해방 당시) 모두 들고 갔기 때문에 그런 숫자 하나 만들려면 면사무소 직원에게 ‘대충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정 전 차관은 “당시 한일협상은 사실상 미국이 연출했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측이 버텨서 협상이 막히면 (주일)미국대사관에 가서 얘기하고, 그러면 미국이 ‘알았다. 우리가 얘기하겠다’고 해결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상 3억, 유상 2억’이라는 기본틀을 정한 ‘김종필·오히라 메모’의 아이디어도 미국에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61년 11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과 이케다 하야토 일본 총리 단독회담 때 통역으로 동석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는 구걸하려는 것이 아니라 받을 것을 받는 것이다”면서 “많은 식자들은 일본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경제적 침략’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이케다 총리에게 말했다고 정 전 차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