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제
"납치 비난하는 일본, 강제징용은 왜 얘기않나?"
도쿄대 강상중 교수 특강서 일 우경화 맹비판
06.12.01 13:20 ㅣ최종 업데이트 06.12.01 13:20 박철현 (tetsu)
▲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도쿄지부(회장 조한철)는 단체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도쿄대학의 강상중 교수의 특별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박철현
"지금 일본에서 북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비판을 나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북핵, 납치문제를 들면서 무조건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여론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재일동포들이 과거에 일본땅에 끌려온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냉전시대의 납치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한국의 햇볕정책을 동북아시아라는 틀 속에서 평가해야 하며, 나는 이 햇볕정책이야 말로 6자회담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고, 또 앞으로도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일본의 탈식민/제국주의 대표적 논객이자 평화적인 동북아시아 공동체 건설이론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 미디어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도쿄대학의 강상중(56) 교수가 최근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정세 및 일본내의 북한비판 여론등에 대해 자신이 품어왔던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았다.

11월 25일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도쿄지부(이하 OKTA Tokyo. 회장 조한철)가 단체 설립 25주년 기념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신주쿠 오쿠보에 위치한 아스카 신용금고의 15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7층 홀에는 강연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강연이 시작된 오후 3시에는 200여명의 청중으로 가득찼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재일의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강상중 교수는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동북아시아의 평화, 6자회담, 납치문제, 햇볕정책등을 1시간에 걸쳐 강연했다.

"동북아시아는 지금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주위의 객관적인 상황은 명백하게 희망을 보이고 있으며, 그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 모인 우리들이다."

강 교수 강연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보수 지식인들이 세이론, 사피오, 문예춘추등의 일본 시사주/월간지등에 중국, 한국,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대결적 관점(the View of Versus)을 부추기는 칼럼/주장을 싣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강상중 교수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지난 50여년간 고수해왔던, 휴전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를 종전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이미 북경에서는 6자회담과는 별개로 북, 미, 중의 3자 협의가 열렸다"는 예를 들면서 "주위의 객관적인 상황이 적대적 대결보다는 평화적 해결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의 객관적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상황은 여전히 안 좋다. 지금 당장 제2의 남북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2, 3년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세계속에서 살고 있는 한민족, 한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 도쿄대학 강상중 교수
ⓒ 박철현
즉, 강 교수는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일본땅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뉴커머들의 의식개혁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 그것도 우리 한민족만의 평화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공동의 평화". 물론 이것은 강교수의 오랜 테마이기도 하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후 동북아시아에서는 '남북교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마치 불경스러운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는 38선 이북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우리 민족인 점을 잊어서는 안되며, 그 체제가 아무리 절망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국제적인 분위기 조성 및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류를 우리들이 지속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강 교수는 북한문제, 일본의 북한비판등을 남의 일 보듯 무의식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같은 한민족으로서의 내부당사자인 남측 재일동포, 뉴커머들의 의식개혁을 강조했다. 그리고 냉전시대 이후, 다극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조금씩 진화되어 가고 있는 동북아의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이런 의식개혁속에서 나오는 동북아 평화를 위한 마음가짐과 그 실천을, 나는 열린 민족주의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하면서, 특히 '열린 민족주의'는 냉전시대 붕괴이후 미/소가 아닌, 각 블록별로 다극화되고 있는 지금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교수는 "지금 일본의 민족주의는 그야말로 닫힌, 폐쇄적인 민족주의이며, 이는 1세기전의 '그때'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사회의 여론을 가운데로 돌려놓는 것이 시급하며, 그 주역은 우리 재일동포, 뉴커머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가 언급한 '열린 민족주의'는 현재 일본사회내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주요 테마중 하나다. 고이즈미 5년 집권이후 급속하게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 현상에 대해 작가 미야자키 마나부는 <논좌> 11월호에서 "우경화 최대의 원인은 매스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강 교수가 이날 강연회에서 말한 일본 미디어 비판과도 거의 일치한다. 강 교수는 "일본 매스컴이 일본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북한비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언론을 꼬집었다.

1시간여에 걸친 강연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우리는 북한에게 할 것 다했다. 그런데 북한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라는 한 참석자의 도전적인 질문에 대해 강상중 교수는 "지금 어린애부터 노인들까지 북한에 대한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나까지 나서서 북한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오늘의 이 희망적인 상황을 가져왔다. 우리들이 지난 세기 항상 염두에 두어야 했던 '전쟁'대신 '평화교류, 상호협력'이라는 희망적인 단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 일본은 전국민이 납치를 이야기하면서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요코다 부부가 이 자리에 있어도 이야기 할 수 있다. 냉전시대의 산물이 납치였다면, 과거 제국주의의 산물이었던 몇배나 많은 조선인 강제연행, 징용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 라고."

"나는 일본의 언론, 여론이 한가지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이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줄곧 이 여론을 바꾸어야한다고 생각해 왔고 실천해 왔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고 그럴 것이다. 미국의 외교노선 변화로 인해 일본의 외교는 아마도 변할 것이지만, 일본 국내의 여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당신과 나, 우리들이 노력해야 한다."

위 말을 끝으로 강연을 마친 강상중 교수는 밀려드는 청중들의 악수, 사인, 기념촬영 공세를 받았다. 사인을 받고 좋아하는 한 청중에게 다가가 강연회의 감상을 물었다.

"사실 여기서 사는게 힘들잖아요. 먹고 살기 바쁘니까. 간혹 일본TV 보면서 북한에 대해 알게 모르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강연회 참가하면서 느낀 게 많아요. 돈이 전부가 아니라 가끔 이렇게 공부도 해야 겠네요(웃음)"(사이타마 우라와에서 온 자영업자. 38살)

강연회를 주최한 'OKTA Tokyo'의 조한철 회장은 "몇 개월전부터 고생한 보람이 있다"면서 "오늘 강연을 계기로 매월 한번씩 하는 정기강연회에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강상중 교수의 강연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청중들.
ⓒ 박철현

▲ 강상중 교수와 함께 사진을 찍는 청중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동경지부의 조한철 회장.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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