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국내 개봉을 앞둔 다국적 호러액션물 ‘블러드’가 전지현(27)이 연기한 여주인공 ‘사야’의 영화속 국적을 두고 왜색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종 인터뷰에서 전지현은 “주인공은 단지 아시아 소녀일 뿐”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막상 지난 4일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사야’를 일본인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 1950~1960년대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일본인을 연기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인 고(故) 필립 안과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로 잘 알려진 오순택(73)이 원조다. 한국계 미국인 연기자 1세대로 높이 인정받는 둘은 일본인 말고도 중국과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아인 캐릭터들을 두루 연기했었는데.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매우 낮았던 당시 할리우드에서 어쩔 수 없는 배역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릭 윤(38)과 존 조(37)도 일본인 캐릭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거나 본격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인 와튼스쿨 출신의 수재로 화제를 모았던 릭 윤은 지난 2000년 데뷔작 ‘삼나무에 내리는 눈’에서 일본인 청년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007 어나더데이’에서 북한군 장교로 출연한 뒤부터는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은 B급 액션배우로 전락한 상태다. 존 조는 얼마전 개봉된 ‘스타트렉 : 더 비기닝’에서 일본인 항해사 ‘술루’로 나와 열연을 펼쳤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국적으로 일본인을 연기한 덕분에 별 잡음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을 주무대로 활동한 연기자들이 외국 영화에서 일본인 캐릭터로 나오면 오랜 국민 감정 탓에 이런저런 뒷말들이 나오곤 했다. 지난해 워쇼스키 형제 연출의 할리우드 액션물 ‘스피드레이서’에 출연했던 비(27·본명 정지훈)가 대표적이다. 비는 “제작진에게 요청해 내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을 ‘태조’로 바꾸는 등 한국적인 느낌을 불어넣었다”고 밝혔으나. 영화에서 ‘태조’의 국적은 일본에 가깝게 그려지고 있다. “아마 일본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단 한 줄의 대사로 전지현이 맡은 주인공의 국적을 모호하게 감추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설정에서 일본인임이 구체적으로 설명되는 ‘블러드’와 비슷한 경우다. 해외 영화계 사정에 정통한 한 영화 수입업자는 “할리우드에서 캐릭터 선택의 폭이 좁은 아시아 배우라면 (캐릭터의) 국적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면서도 “‘게이샤의 추억’에 서 게이샤로 출연했던 장쯔이가 자국인 중국에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배우들일수록 다른 나라의 영화에서 일본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심각한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준기자 <관련기사> ▶[기획취재] 영화 감독은 어떻게 탄생할까? ▶[파워인터뷰] 한효주 "준세 같은 사람이면 결혼할래요" ▶[연예가레이더] 설경구, 가장 성공한 재혼 연예인 꼽혀 外 ▶MBC '뉴스후' 마약 연예인 위험수위 보도 논란 ▶[스타시크릿] '몸짱' 2PM 재범 "술은 맛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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