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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와 요코이야기에 대한 한국사회의 기억>
서울대 안병직 교수 전국역사학대회 공동주제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의 4대 국경일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ㆍ1절과 광복절이 식민지배와 관련됐다. 도처에 자리잡은 항일 투사와 독립운동을 기리는 기념물과 역사관 역시 식민지 시기에 대한 쓰린 기억을 되살린다.

   그런데 그 때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부당한 희생과 고통의 경험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서울대 서양사학과 안병직 교수는 6월1-2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제50회 전국역사학대회의 공동주제 발표문 '동아시아의 역사 갈등과 한국사회의 집단기억'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안 교수는 집단기억에 대한 구조주의 사상가 츠베탕 토도로프의 논의를 한국사회에 적용한다.

   토도로프는 이타주의에 입각해 스스로를 선행의 수혜자 혹은 악행의 가해자로 기억하는 경우 기억은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규정한다. 그런 기억은 타인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토도로프의 기준에 따르면 독일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기억하는 것은 귀감이 되지만 유대인이 대학살의 기억을 내세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국의 경우를 든다면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을 기억하려는 노력에는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반면 일제 치하 군 위안부가 겪은 고통을 부각시키는 기억은 도덕적 의미를 인정할 수 없다.

   안교수는 "그러나 한국에서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기억은 이타적 차원이 아닌 '의무'로서 기능한다"며 "기억의 의무는 집단의 정체성과 연대 차원에서 정당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영원한 숙적'이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 한일 간 스포츠 경기는 물론 영화, 드라마, 소설 같은 대중문화의 전 영역, 학교 교육과 심지어 기업 간 자존심 대결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 반일의 기억은 넘쳐난다.

   그는 "영화의 한 장면을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기록한 필름이라고 보도하는 TV방송의 오보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어린 초등학생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모습에서 강박증적 '기억의 과잉' 현상이 엿보인다"고 말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기억의 의무는 기억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군 위안부의 기억은 순수성을 지향한다. 안 교수에 따르면 일본군에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가운데 '민족'과 '순결'이라는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여성은 기억해야 할 희생자의 범주에서 배제된다.

   한국사회는 기억의 순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안부로 끌려간 매춘여성을 기억하지 않는다. 유대인이 아닌 희생자들은 망각하는 유대인의 홀로코스트 기억과 다를 바 없다.

   희생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딸'을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고 가는 악역의 주인공은 반드시 이민족이어야 한다.

   안 교수는 "한국사회는 민족적 순수성이라는 잣대로 군 위안부라는 기억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며 "군 위안부의 존재와 관련해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민족이 당한 수모와 치욕이지 인간에게 가해진 비인도적인 강압이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요코이야기'에 대한 비판 역시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단기억이 지닌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가 군 위안부의 기억을 불신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비도덕성을 성토하면서도 제국주의 전쟁의 또 다른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 소녀의 기억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한국사회는 일제식민지배의 기억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식민지 시기의 기억은 반일정서를 강화하는 수단일 뿐 정의와 도덕의 원칙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토도로프가 강조하듯 기억은 타자를 위해 열려있을 때 비로소 도덕적으로 가치를 지닌다. 그렇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닫혀 있을 경우 기억은 '기억의 과잉', '기억의 강박증', '기억의 왜곡' 등 온갖 오용과 폐해를 낳게 된다"고 덧붙인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7/05/30 18: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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