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중국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 1위는?

답 :한국

 

지난 연말 일본신문을 통해 이러한 보도를 전해들은 한국인들은 의아해 했을 것이다. 왜 일본이 아니고 한국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이 발명하고 키워온 우수한 문화유산을 한국인들이 가로 채려 하고 있다고 중국인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항변할 것이다. 그런 황당한 말이 어디 있느냐? 우리가 언제 중국의 문화유산을 가로채려 한단 말인가?

 

그런데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 광저우에서 나오는 <신쾌보 新快報>는 지난 연말 ‘한-중 문화전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한자를 강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국의 한 교수가 한자의 한반도 기원설을 주장하며, 한자를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한국 일부에서 한의학과 금속활자, 풍수지리 등을 한민족의 문화로 포섭하는 ‘문화공정’을 획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연속 3일간 계속된 이 보도는 “한자전쟁”, “단오전쟁”,“명인전쟁” 등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그 보도라는 것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하면 “한국이 이미 일 년 여 전에 ‘한자를 한국인들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신청했다”고 하며, “한국 서울대학교 역사학과 박정수 교수가 10여 년의 연구 끝에 한민족이 가장 먼저 한자를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정부에 대해 한자의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라고 요구했다”고 하는 식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고, 박정수라는 교수를 들은 적도 없다. 그런데 그런 보도가 나간 것이다. 또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는 중국의 신화가 한민족에 의해 기원되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한다.

 

 

이러한 보도는 중국의 인터넷 망을 타고 급속히 번져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맨날 한국 축구에 막혀 세계진출이 좌절되어 온 중국인들에게, 한국이 경제발전을 조금 먼저 했다고 돈으로 마구 연구를 시켜 중국의 소중한 유산을 빼먹으려 한다는 보도는 그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였다. 전에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단오행사를 하지도 않고 있던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한탄이 높아졌는데, 이제는 “엄연히 중국인들이 발명한” 한자(漢字)에다가 중국의 신화전설까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하니 열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도둑질하려 한다’는 식의 한국 때리기 보도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다. 누리꾼들의 댓글이 쇄도하였다. 그 반응은 결국 “한국놈은 일본놈보다 나쁘다”는 비방으로 확대되고, 선양에서 한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인들이 드디어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글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한 일인가? “아이구 이 중국인들이 또 난리를 치는구먼” 하고 가슴을 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속으로 “역시 중국인들은 어쩔 수가 없어!”라고 마음 속에 멸시(?)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는 것으로 이 엄청난 문화전쟁을 남의 집 불 보듯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다행히 중국 언론들이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가고 있었다. 중국의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시사 전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해 12월 21일 이 문제에 관한 중국의 보도가 사실이 아님을 알리는 첫 심층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한자논쟁: 논쟁을 제기한 사람들은 극소수 한국인일 뿐”이란 제목의 이 보도는 보도 이후 한국언론의 반응을 전하면서 환구시보 기자가 조사해 본 결과 중국 언론매체들의 최근 보도는 확실히 진실과 차이가 있으며, 소수한국인이 “한자는 한국인이 발명했다”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그러한 주장은 한국에서 주류가 아니며 오히려 한국 내에서도 전문가들의 조소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는 두 나라 전문가들은 중국과 한국 사이에 불시에 일어난 이러한 ‘문화적 스파크’가 두 나라 관계 전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분란을 일으킨 것은 사실인데, 두 나라 국민들이 관용과 자제로 민족주의 정서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환구시보 기자는 인터넷으로 서울대학교에 들어가 교수나 교직원 가운데 박정수란 이름을 검색했지만 그런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한국에서 인터넷 검사를 해 본 결과 박정수라는 이름 대신에 2명의 박 씨가 등장하는데, 한국의 민간학자 박문기 씨가 2001년 6월에 <한자는 우리의 문자>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고, 또 다른 박 씨로는 대종연구소의 박대종 씨가 “한자를 발명한 민족은 한족이 아니라 우리 동이족이며 언어의 뿌리를 안다면 고구려사는 결코 한족의 역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 ‘태극권의 시조도 한국인으로, 최초에 백두산 밑에서 수련해서 얻어 중국인에 준 것이며, 공자도 한국인이고 유교도 한국 철학이다’라는 식의 괴상한 주장이 있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이러한 생각은 아주 극소수 한국인들의 생각일 뿐이며, 정부의 견해가 아닌 사견이라고 전한다. 다만 이러한 생각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것은 한국에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경제발전으로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그러한 경제지위에 걸맞는 국가위신과 민족감정을 찾는 과정에서 광활한 강역과 위대한 사상가, 앞선 발명들을 찾는 경향이  생긴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중국의 인터넷 뉴스망인 ‘중신망(中新網)’도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위클리(亞洲週刊)＞의 올해 1월3일자 기사를 인용해, 이화여자대학교 정재서 교수가 “중국의 신화는 한국에서 왔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정재서 교수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그러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아시아 위클리의 기사에 따르면 정 교수는 로마신화가 서양의 신화를 대표하고 중국 신화가 동양의 신화를 대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의심도 할 수 없으며, 다만 중국 신화의 형성 초기를 살펴보면 동이족의 신화를 포함한 원시민족의 신화를 흡수 융합한 것으로서, 그 속에서 한민족이 잃어버린 상고시대의 신화적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뜻이 곡해되어 중국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은 유감이며,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근세 이래 열강을 침략으로 모두다 고통을 당했고 그런 역사 속에서 깊은 우호관계를 맺어왔는데, 그것이 일시적인 문화마찰로 훼손될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회에 학술적인 토론을 통해 공동연구의 영역을 심화시키면서 두 나라의 우호를 증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한다.

 

 

최근 20여 년 동안 우리는 현재의 중국 땅에서 고대의 우리 조상들의 활동영역을 되찾으려 하고 고대의 문화전통 속에서 한국적인 특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민족주의적인, 혹은 지나친 국수주의적인 주장도 역시 많아졌다. 중국도 이런 움직임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중국영토와 국민을 지키려는 생각에서 중국에서 있었던 고대 다른 종족의 역사를 전부 자기들의 역사로 편입하려고 했고, 주변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 확인 작업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문화전쟁이 측우기나 활자논쟁에서 중국신화와 한자발명 등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 어깨를 맞대며 때로는 싸웠지만 때로는 도우며 함께 살았던 두 나라 국민 사이에 긴장과 마찰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더 중요하다. 어차피 중국은 지금 앞으로의 경제발전을 계속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세계에서 발언권을 높이려 할 것이고, 우리도 싫든 좋든 이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서 경제와 정치면에서 안정적인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 그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아직은 한국의 발달한 기술이 필요하며, 한국의 경험을 그들의 교과서로 써야한다. 그러기 때문에 두 나라 국민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놓고 오해하고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중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오해가 있다면 마땅히 이를 합리적으로 풀고 이성적으로 만남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언론들이 나서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전쟁’에서 스스로 오해를 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반가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