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합과 현대 |이태진·사사가와 노리가쓰 엮음
태학사｜936쪽|5만원
지난해 말 이 책의 일본판이 출간됐을 때 공동 편자인 사사가와 노리가쓰(笹川紀勝·69) 일본 메이지(明治)대 법학부 교수와 가졌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 "이번 연구는 당신의 나라인 일본의 국익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사사가와 교수는 "일본을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선 스스로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의 부당성을 역설한 한·일 학자들의 공동 연구 성과물인 이 책에는 역사학과 국제법학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태진 교수와 고(故) 백충현 교수 등이 지난 2001년부터 추진해온 작업의 결실로, 일본 통감부 간부들이 순종 황제의 서명을 위조해 처리한 수십 점의 공문서를 서울대 규장각도서실에서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태진 교수는 연구 결과를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소개했고, 이로부터 한국·일본과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 활발한 의견 교환이 벌어졌다.
필자들은 한·일 강제병합이 양국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제로 선택의 자유를 말살함으로써 이뤄졌기 때문에 국제법상 무효인 조약이라고 말한다. 이태진 교수는 "1904년 이후 한·일 간의 조약들은 무력 위협이 항시적으로 개입해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아무리 100년 전의 일이라고 해도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새로운 국제관계 구축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