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이른바 '한반도 징크스'가 있다고 한다. 최근 축구에서 중국 축구가 대한민국 축구에 전혀 힘을 못 쓰는 이른바 '공한증(恐韓症)'이 있는 것처럼 중국엔 원천적으로 한반도에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는 논리다.
　중국은 흉노족 여진족 말갈족 만주족 몽고족 등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민족을 굴복시켜 흡수 통일하지만, 한민족만은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다. 6 세기 말 남북조를 통일한 수나라의 문제(文帝)는 598년 고구려를 침공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으나 전염병 발병으로 도중에 회군하고 말았다. 뒤를 이은 양제(煬帝)는 3차에 걸쳐 침공했으나 이게 수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고 만다.
　당나라도 태종이 고구려 정벌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곧 신라와 손잡고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으나, 결국 신라에 의해 한반도에서 쫓겨남으로써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을 따름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40만 대군을 파병한 것이 붕괴의 직접 원인이 됐으며, 청나라 역시 한반도에서 종주권을 놓고 일본과 전쟁을 벌였다가 패배하여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됐다.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한국전쟁 참전도 역사적으로 보면 이익보다 중국의 손실과 상처만 확대됐을 따름이다. 이렇게 중국이 아무리 강대해진다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에 걸리면 영락없이 역사적 피해를 입고 만다는 논리가 새삼 다가온다. 장백산이라 불리는 우리의 백두산을 완전히 뒤집어엎으려 하지 않나, 고조선부터 고구려 그리고 발해의 역사까지 왜곡하려 들지 않나, 최근 중국의 대(對) 한반도 자세가 매우 불온하다.
　이렇게 중국이 오로지 중화 관념과 패권주의 사상에 몰두해 한반도를 넘본다면 역사에서 보듯 스스로 패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충고 또는 자위를 해보지만, 최근 중국의 공세는 정말 심상찮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교적 예의만 중시할 뿐 강력한 대응력을 보이지 않는 우리 외교부 당국의 나약하고도 불분명한 태도 또는 역사관이다. 기왕에 '한반도 징크스'도 있고 하니, '공한증' 분위기를 만들 계기를 한번 가져봐야 하겠다.
이광식 논설실장 misa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