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가해자도 3배 늘어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사회를 경악케 하는 각종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아동성범죄가 최근 5년간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의 남은 수십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아동성폭력.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2월 22일)’도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부끄러운 대한민국은 갈길이 멀다.

13일 여성부에 따르면, 아동대상 성폭력 신고접수가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80.2%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에는 600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후 2003년 642건, 2004년 721건, 2005년 738건, 2006년 980건, 2007년 1081건 등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성폭력범죄 신고는 3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른 성범죄에 비해 아동성범죄가 특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아동 성범죄가 얼마나 방치돼 있는지 보여주는 통계 결과”라며 “재범방지대책과 범죄예방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이 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도 급증하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아동성폭력 재범 방지 및 아동보호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성폭력 사건 가운데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2003년 1165건에서 2007년 2136건으로 4년간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인 만 13세 이하 아동이 가해자인 사건도 2003년 14명에서 2005년 20명, 2007년 48명 등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외국은 성범죄 및 미성년자 성매매에 강도 높은 처벌을 내리고 있는 상황. 미국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석방되면 경찰이 이웃에 이를 알려주는 ‘석방공고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 주에는 아동 성범죄자 집 앞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팻말을 세우기도 한다. 대만은 지난 1999년 아동복지법을 강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을 경우 이름과 사진을 지방신문에 공표하고 있다. 독일은 성범죄자들이 정기적으로 경찰에 거주지를 신고해야 하며, 캐나다는 필요할 경우 ‘데포 프로베라’라는 여성 호르몬 복합물을 주입, ‘화학적 거세’까지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성범죄자 전자팔찌, 성범죄자 인적사항 공개 등 아동성범죄 등에도 여전히 논쟁이 끊이지 않을 만큼 외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부는‘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아동성폭력 근절을 위한 범국민 실천운동’을 계획 중이다. 지난 2006년 2월 17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 모 신발가게 주인 김모(57) 씨가 인근 비디오대여점에 온 허모(당시 11세) 양을 가게 안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불태워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정부는 매년 2월 22일을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로 정했다. 여성부는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 아이 지킴의 날’ 행사를 갖고 각종 공연과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여성부 관계자는 “부모가 평소부터 성폭력을 당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아이의 징후를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다면 우선 피해 당시 입었던 옷 등 증거를 곧바로 보존한 뒤 아이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잘 설명해주고 안심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