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이했으나 대한민국이 여전히 일본 하위문화의 배출구로 작용해 진정한 해방은 요원하다는 우려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4일 저녁 서울 중구에 위치한 북창동. 1년 전 일본식 페티쉬(Fetish) 클럽으로 업소를 전환한 이모 씨는 불황은 남의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매일 20여개의 룸이 꽉 들어차며, 관광차 온 일본인들도 이곳에 들를 정도다. 이씨는 “페티쉬 클럽은 언제나 한국 남성들을 유혹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업수단 중 하나”라며 “이제는 식상할 법도 하지만 손님들 관심은 꺼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의 퇴폐문화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원인이다. 당시 사회 일각에서는 ‘다양한 문화 접촉 기회 증가’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저질 퇴폐문화 확산’이란 부정적인 측면엔 문제 제기가 약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본 대중화 개방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무려 44.3%의 응답자가 ‘저질 퇴폐문화의 무분별한 확산’을 꼽았다. 결국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던 ‘일진회’ ‘이지메(왕따)’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선 일본 페티쉬 문화를 모방한 유흥주점과 퇴폐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실제 경찰청은 일본 문화가 개방되던 98년부터 학교폭력근절대책협의회를 구성, 늘어나는 교내 폭력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해 왔다. 일본 영화와 만화 등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치면서 학내 폭력의 주 원인으로 떠오른 게 사실이라고 짚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본의 일진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재작년 이후 학교 폭력을 행하는 연령대가 하향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남 밀양의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보듯 청소년의 일진문화는 이미 일본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조교제는 염병처럼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비행 소녀들을 중심으로 돈을 위해서라면 원조교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원조교제를 활용한 제2차, 3차 범행도 자행되는 형편이다.

원조교제는 일본이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는 동안 10대 소녀들이 용돈을 구하기 위해 직장인 남성들과 성적 교제를 하면서 생겼다. 심지어 국내에선 이제 입었던 팬티를 인터넷을 통해 파는 여고생까지 등장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김지영 건양대 치료상담학과 교수는 “우리 청소년들 대부분이 여과 없이 일본 퇴폐문화를 받아들이고 물들어 가는 게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태극기가 광화문 네거리를 뒤덮고 있다. 한데 지금 대한민국은 일본 퇴폐문화 공습에 지리멸렬하고 있다. 정신을 또다시 자발적으로 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

- '헤럴드 생생 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