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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한국사 교실 1 -우리 역사의 새벽이 열리다〉
오강원 지음, 서영아·김종민 그림/웅진주니어·1만원
#1 한국. 고구려는 엄연한 대한민국의 고대역사이고, 독도 또한 분명한 우리 땅이라고 생각한다. 의심할 가치도 없는 불변의 진리라고 굳게 믿는다. 간혹 주변국들이 한국의 역사와 영토를 넘본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열받는다. 하지만 그것 뿐. 온 나라가 잠깐 떠들석하며 대책이 나오는 듯싶다가 곧 소강국면으로 접어든다. 한참 뒤 그 열받던 뉴스가 또 터져나온다. 나라는 다시 시끄러워지고 잠시 뒤 잠잠해진다.
#2 중국. 자국의 영토 내에서 전개됐던 모든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추진중이다. 고조선·고구려·발해를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흡수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했을 때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동북공정의 진짜 목적은 남북통일 뒤 만약에라도 불거질 영토분쟁의 불씨를 미리 차단하려는 것.
#3 일본.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른다. 시마네현에서는 마치 자기네 땅인양 ‘다케시마의 날’까지 제정해 매년 기념식을 연다. 이미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는 독도의 영유권을 명시해 놓았다. 각국의 세계지도들은 벌써 다케시마 혹은 리앙쿠르암이라 표기하기 시작했다. 수십년간 일본의 은밀한 국제로비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무대응이 상책’이라며 손놓고 있던 한국 정부는 보기 좋게 한 방 얻어맞았다.
우리 어린이들이 한국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통합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생겼다. 중국의 친구가 “고구려는 중국 역사야”라고 말하고, 일본 친구가 “독도는 일본 영토야”라고 주장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미 ‘위험한 교육’을 받기 시작한 그들에게 “아니야, 왜냐하면…그냥…”하고 아무런 근거도 못 내놓는 빈약한 반격을 할 수는 없다. ‘왜’에 대한 논리와 이론을 철저히 무장해야 할 때가 왔다.
<마주 보는 한국사 교실>(전 8권)은 이런 의도로 기획됐다. 시대별로 8명의 학자들이 전문분야를 나누어 집필했다. 한 국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주변국들과의 교류와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부각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출간된 1권에서는 지구가 탄생한 46억년 전부터 삼국시대가 안정화 되어가는 300년까지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적인 역사서에서 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내용들을 세계사와 연결해 소개한 점이다. “제주 고산리의 무늬없는 토기는 아무르강(헤이룽강) 지역의 토기와 아주 비슷해. 그런데 아무르강은 제주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어떻게 된 일일까?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답을 하고 있어. 1만년 전 한반도의 날씨가 따뜻해지자, 시베리아 극동 지역과 만주 일대에서 사람들이 옮겨 오기 시작해서 나중엔 제주도까지 내려온 거지.”(56쪽) 통영 조개무지에서 발견된 ‘반쯤 닫힌 귓속 소라뼈’가 제주 해녀와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랫동안 물 속에서 일을 하면 물의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 사람 몸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역사의 현장에 직접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도 감칠맛 난다. “우리는 지금 1만7천년 전 수양개에 와 있어. 지금의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오리야. 어히려! 어여! 탁! 탁! 수양개 뒷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지 가볼까? 아하! 그렇구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나무 막대기를 맞부딪히기도 하면서 사슴들을 몰아가고 있어. 사슴 두세 마리가 ‘풀썩’ 소리와 함께 없어졌어. 함정에 빠졌나 봐.”(41쪽)
고조선 단군왕검의 나이가 1500살이나 된 사연, 고구려·신라·가야 시조들의 탄생기도 소설을 읽듯 머리에 쏙쏙 박히니 놓치지 말 것. 더불어 중국과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조선과 고구려의 조상들이 중국사람으로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할 것이다. 초등 4학년 이상.
고유리 기자
yurik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