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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열린눈으로 화랑도를 다시 뜯어보다

대학 구내서점에서 ‘화랑’(이종욱, 휴머니스트)이 눈에 띄었다. 이종욱씨가 역주해한 ‘화랑세기―신라인의 신라 이야기’와 저서인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책은 그 후속으로 2003년 출판됐다.

이 책이 전작들과 구별되는 것은 화랑도의 진상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이다. 한국고대사가 전공인 그의 다른 저서들과 100편 넘는 논문들, 적어도 그가 1995년 ‘화랑세기’ 필사본을 입수한 이후에 쓴 것들은 직·간접으로 그것과 관련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는 이 문헌에다 학자로서의 생명을 건 셈이다. 그러나 한국 사학계에선 아직도 이 책을 ‘위서’로 단정하는 경향이 주류이니, 그는 매우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대문의 ‘화랑세기’가 근자에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나도 위서임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입수해 검토해 본 이후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고 판단했다. 나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하여, KBS ‘역사스페셜’에서 여러번 이 문헌과 관련된 내용을 방영했고, 이미 여러 단행본이 출판되었으며, 국문학이나 경제학 같은 분야에서도 ‘화랑세기’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학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화랑세기’의 성립 시기를 신문왕대인 681~687년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현존 일본 최고(最古) 문헌인 ‘고사기’(712년)나 ‘일본서기’(720년)보다 앞서는 사료를 갖게 되는 셈이다. 학문적 배경이 결코 허술하지 않은 한 중견 사학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문헌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는 이제 여러분의 몫이다.

〈 오이환 경상대 철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