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4600원 택시料 94만6000원으로 청구도

“○○ 주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세계문화유산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일본인 시노하라 씨)

“인천국제공항에서 명동에 있는 호텔까지 콜밴을 이용했는데 미터요금 9만4600원이 나왔다고 해서 카드로 결제했다. 나중에 보니 94만6000원이 청구돼 당황했다.”(홍콩인 링 씨)

지난해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국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신고 내용이다. 접수 건수가 지난 2006년에 비해 줄었다(646→581건)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사기성 행태와 열악한 국내 관광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관광 유인책이 거의 전무한 데다 이 같은 현실이 더해져 국내 관광산업은 위기에 다다랐다. 관광수지(여행수지) 적자 폭은 지난 5년 새 3배 이상 뛰었다.(2003년 47억→2007년 151억달러 선)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해마다 15% 정도씩 크게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2000년 이후 2.7%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 2003년 이후 관광수익은 50억~6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달러 약세를 감안하면 관광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한한 외국인들이 놀거리.볼거리 부재, 여러 가지 불편사항 등으로 인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해외 다른 나라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은 관광후진국이다. 지난해 한국에 온 외국인은 644만명인 데 비해 일본은 733만명, 중국은 4960만명에 달했다. 태국도 최근 들어 해마다 13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 ‘아시아 관광은 크게 늘되, 국내 관광은 그렇지 못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국의 여행.관광 경쟁력은 전 세계 124개국 중 42위. 선진국들의 경쟁력에 크게 못 미치는 순위다.

경쟁력 약화의 원인은 상품 구입 강요, 언어 소통 문제, 교통 혼잡, 여행사의 계약조건 불이행, 난폭운전, 위생관리 불량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부에 와 닿는 작은 문제부터 세제 및 규제 부담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육성 미흡 등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큰 문제들까지 다양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를 열어 관광 인프라 개선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종전에 정부 주도의 관광 진흥 체계를 민간의 자율과 창의.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민간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관광산업(호텔업.여행업.관광단지 등)을 제조업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광공사 및 지방자치단체 인증 숙박시설에 대한 ‘지정호텔제도’를 도입,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외래 관광객 대상 음식 서비스 개선을 위해 관광객 전문 지정식당(현재 176개)에 대한 인센티브와 퇴출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국내 관광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던 과중한 세제 및 부담금을 완화하기 위한 절차에도 돌입했다. 관광호텔의 외국인 숙박용역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零稅率) 적용 기간을 올해 12월에서 내년 12월까지로 1년 연장한다. 또 현재 300%에 달하는 관광호텔(수도권 및 대도시 등 과밀억제권역 내)에 대한 취득세 및 등록세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최근까지 외화 획득산업임에도 산업단지에 비해 세제.부담금 측면에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온 관광단지의 개발 및 투자에 대한 조세 부담을 산업단지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