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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건국기념의 날'로 지켜지고 있다. 기원전 660년 이날 진무덴노(神武天皇)가 야마도국을 정복하고 일본국을 세웠다는 고대 일본의 건국신화를 근거로 한 기념일이다.

그러나 8세기 '니혼쇼기(日本書紀)' 기록에 나오는 '신유년(辛酉年)'이 과연 기원전 660년에 해당한다고 믿는 역사학자들은 과거 황국사관을 주장한 일본의 어용학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마치 단군신화의 '요(堯)임금 즉위 50년 경인년(庚寅年)'이 기원전 2333년이라는 역산(曆算)을 사실(史實)로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일본의 건국신화를 절대적인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킨 장본인은 19세기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추진한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기원전 660년 음력 정월 초하루를 약력으로 환산하여 2월 11일을 기원절(紀元節)이라는 이름의 개국기념일로 공식화시켰다.

그러므로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지역에서 개국한 다른 나라들, 즉 신라의 기원전 57년, 고구려의 기원전 37년, 백제의 기원전 18년보다 그 개국연도가 500여년 앞선 선진국이기 때문에 20세기에 들어와 한국과 만주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하고 나서 기원절은 군국주의 잔재로 지목되어 폐지되었다가 1966년 '건국기념의 날'로 다시 살아났다.

국가의 기원을 찾아 국수주의를 표방하는 정책은 우리나라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안호상(安浩相) 초대 문교부장관은 고대 한국의 건국신화를 근거로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을 국경일로 선포하고 15세기 역사서 '동국통감(東國通鑑)'의 역산을 따라 단군기원을 사용했다.

이로써 단군조선의 개국 연대는 진무덴노의 즉위연도보다 무려 1673년이나 앞서게 되었다. 가소롭게도 일본과 국수주의 경쟁으로 식민지 치욕을 갚으려 했던 것이다.

한국은 1962년부터 단군기원을 버리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서력기원을 쓰기 시작했으나 개천절은 현재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과 함께 4대 국경일의 하나로 건재하다.

이와 비교하여 이웃나라 일본은 아직도 서력기원 대신 천황의 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연중 15일의 국경일 중 7일이 황실과 연관된 날로 정할 정도로 천황신화에 매달리는 정말 시대착오적인 나라다.

김준길(스톡홀름대학 한국학객원 교수) djunkk@hotmail.com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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