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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산소녀상 묵인한 구청장 "정부가 나에게 철거하라면 비겁한 것" 단독 인터뷰

"내가 부산 동구청장으로 있는 동안 소녀상 철거 안 합니다. 아니 못합니다. 한·일 문제는 외교관계이고, 일개 구청은 외교 행정 권한이 없으니 소녀상 철거하려면 외교부가 해야죠."

11일 부산 동구청 구청장실에서 만난 박삼석(67) 구청장은 작심한 듯 중앙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한·일 외교관계는 국가일이니 정부가 (소녀상 철거) 해야하는데 구청장에게 요구한다면 상위 단체가 비겁한 것"이라며 "경찰권도, 외교권도 없는 구청장이 무슨 힘이 있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부가 공식 서한을 보내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박 구청장은 "한·일 외교문제로 번졌기 때문에 외교행정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에서 해야 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고 싶으면 외교부가 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은 구청장의 묵인은 있었지만 도로법상 공식 허가가 없이 설치됐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불법점유물로 분류된다. 외교부가 이를 이유로 동구청에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박 구청장은 분명히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기들이(외교부) 앞장서서 (소녀상) 설치를 막든지…"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새누리당 소속인 박 구청장은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단행했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 기조와 다른 방향으로 연일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새누리당이 압박하지 않느냐고 묻자 박 구청장은 "새누리당도 죽을 판인데 여기 신경쓸 시간이 있겠나. 정부가 무정부 상태이고 시대 흐름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을 탈당하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12월28일 시민단체가 설치한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4시간 만에 강제철거해 반발을 샀다. 당시 동구청 직원 20여명을 동원해 소녀상을 에워싼 시민단체 회원들을 실력으로 해산시켜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랬던 박 구청장이 소녀상을 이틀 뒤인 30일 시민단체에 되돌려주고, 소녀상을 재철거할 일은 없다고 단언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박 구청장은 "법이 모두 우선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있고, 춧불시위도 있어서 소녀상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소녀상 설치를 묵인해 준 것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일본 영사관 앞으로 몰려오는데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공무원도 (소녀상 철거 문제로)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소녀상 설치를 묵인해 줄 수 없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현수막을 하나 걸더라도 구청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불법으로 설치한 것을 그냥 둘 수 없었다"며 "강제 철거를 한 게 아니라 소녀상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철거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을 의식했는지 박 구청장은 "나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발언도 했다.

박 구청장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위안부로 (일본군에)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나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민간인 같으면 처음부터 묵인했겠지만 행정을 집행하는 구청장으로서 위법 행위를 그냥 묵인할 수는 없었다"고 당초 소녀상을 철거한 경위를 설명했다.

한편 부산의 시민단체는 총영사관 앞 소녀상의 훼손이나 철거를 막기 위해 공공조형물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청은 공공조형물 등록에 관한 조례가 없다며 부산시에 칼자루를 넘기고 있다.부산시는 동구청이 조례를 제정하거나, 부산시에 공공조형물 등록을 신청하면 검토는 해 볼 수 있다는 소극적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조례가 없는데 동구청이 어떻게 하느냐. 동구청이 공공종형물 등록을 신청할 이유도 없다. 부산시가 발뺌하는 것이다. 부산에 있는 40여개의 공공조형물을 관리하는 것도 부산시"라면서 부산시에 책임을 돌렸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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