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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될 곳이 없는 창원의 위안부 추모 소녀상(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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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70번째 광복절을 코앞에 두고 경남 창원에서는 다 만들어진 위안부 소녀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창원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일본군 위안부 추모비 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는 시민성금을 모아 소녀상을 만들었다.

추진위는 창원시의 협조를 받아 현재 공사중인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 광장' 입구 시유지를 소녀상을 세울 장소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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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는 일제시대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중간 집결지 역할을 했던 곳이면서 3·15의거의 발상지 이기도 하다. 또 평소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광장 조성이 끝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소녀상 설치장소로 정해졌다.

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오동동 문화광장 일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추진위는 오는 11일 소녀상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몇몇 상인과 건물주들이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고 나서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동동 문화의 광장 일대는 많은 술집들이 몰려있는 유흥가다. 소녀상을 세울 곳과 가장 가까운 술집은 불과 몇 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반대상인들은 소녀상 설치 예정지 주변이 술집거리여서 취객들이 훼손하거나 쓰레기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추모성격이 있는 소녀상이 술 마시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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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과 건물주 10여명은 지난 7일 소녀상이 설 예정인 곳에서 "전통술집거리에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결사반대한다"며 집회까지 열었다. 한 반대상인은 "소녀상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생업에 지장을 줘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소녀상을 문화광장 안이나 창원시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반대하면서 광복절 전에 소녀상 제막식을 하려고 시작한 공사는 곧바로 중단됐다.

양측의 입장을 중재해야 할 창원시는 추진위와 반대상인들 틈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추진위는 2013년 7월부터 시민성금을 모아 위안부 추모조형물을 세우는 운동을 시작했다. 시민, 종교단체, 학생 등 수천명이 1억1천만원의 성금을 기꺼이 냈다.

브론즈(청동) 재질의 소녀상은 서 있는 형태로 높이는 154㎝ 정도 된다. 모금에 동참한 기부자 이름도 새겨져 있다. 이미 다 만들어져 있어 설치만 하면 된다.

이경희 추진위 대표는 9일 "2년 전부터 수천명의 창원시민, 단체가 한뜻을 제작한 소녀상이 몇몇 분들의 고집 때문에 설치를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며 "창원시는 뒷짐만 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에서는 또 올해 위안부 피해자 기림 조례를 제정하고도 내년부터 기림일 행사를 하기로해 광복 70주년 의미가 바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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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올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조례를 제정해 오는 13일 공포한다. 조례는 매년 8월 14일을 기림일로 지정했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는 처음으로 '아픈 기억'을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경남도가 광복 70주년인 올해가 아닌 내년부터 기림일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조례 공포후 하룻만에 기념행사 준비가 물리적으로 어렵고 예산도 없어 부득이 내년부터 기림일 행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의회 의결과정에서 기림일 행사나 기념사업을 '하여하 한다'라고 한 의무 규정을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바뀐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경남도는 그러나 조례 제정에 맞춰 올 9월부터 경남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달 생활보조비 70만원을, 사망했을때 장제비 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