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나눔의 집에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러 온 이영훈 교수와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인원기자

“한국사람이 반성을 안 한다는데, 이영훈 자네는 반성을 했는가. 나는 일자무식이지만 그 문제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김군자 할머니)"

“저도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영훈 교수)”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우리를 동두천 여자들이랑 같다고 해?(김 할머니)”

“해방 후에도 불쌍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이 교수)”

“불쌍하기는 불쌍한데 우리는 나라가 없어서 당한 것이고, 그네들은 돈 벌려고 간 거야. 어떻게 같다고 해?(김 할머니)"

“그래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이 교수)”

“그래. 정부가 과거 청산 한다니까 그러자고 그 말 한거지? 그러니까 잘해보라고.(김 할머니)"

“네 최선을 다해서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 교수)”

▲ 나눔의 집에서 사죄를 하는 이영훈(왼쪽)교수에게 분노한 정신대할머니들이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인원기자

오전 11시 35분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나온 이 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보다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힌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와 10여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김 할머니는 서울로 돌아가려는 이 교수를 불러 앉히고 “우리나라 최고 대학 교수가 막말을 할 수가 있느냐”며 “우리는 나라가 없어서 당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책임지고 과거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이에 이 교수는 거듭 사과하며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서울대 학생들이 이곳 나눔의 집을 견학하도록 적극 권장할 것이고, 저도 다시 오도록 하겠다”며 “제가 가져가는 자료들도 적극 홍보하겠다”라고 말한 뒤 차에 올라 오전 11시 45분쯤 서울로 출발했다.

이날 이 교수와 동행했던 안병욱 교수는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이 교수와 함께 참석했었기 때문에 오해를 푸는 것을 돕기 위해서 함께 왔다”며 “이 교수가 토론에 처음 나온 탓에 강의를 하듯이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이지 지금 알려진 것과 같은 의미의 발언이 아닌데 언론의 왜곡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2신 오전 11시10분

오전 10시 나눔의 집 수련관을 찾은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와 가톨릭대 국사학과 안병욱 교수는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과 만났다. 이 교수는 수련관내 소파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 앞에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지난 5일 발표한 해명서 요지를 설명했다.

▲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의 절을 하고 있다./ 조인원기자

이 교수는 “이번 일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찾아뵙고 사과 드리려고 왔다. 할머니들의 역사인식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발언 취지는 일제 만행이 전쟁범죄가 맞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협력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해방 후에도 성착취가 있었으며, 그래서 총체적으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며 “어쨌든 오해가 있어서 죄송하고, 본심이 아니란 것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사과’의 큰절을 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발언 이후 30여분간 할머니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묵묵히 할머니들의 성토를 들었다.

할머니들은 “동두천에서 몸파는 여자랑 어떻게 우리를 같이 비유하나” “어릴적 끌려가서 58년만에 돌아오니 아버지, 형제 다 죽고 나도 사망신고가 돼있었다” “(이 교수는) 교수 자격 없어요” “일본사람 아니냐, 호적등본 떼와라”며 이 교수의 사과 발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시30분쯤 김군자 할머니가 “우리는 할말을 했으니 해명 좀 해보시요”라고 하자 이 교수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위안부는 전쟁 범죄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그 위에서 말한 것입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화를 풀지 않고 “이해하고 TV에서 그렇게 말했느냐”고 따지듯 말하자 이 교수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 이영훈 교수가 6일 나눔의 집 내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메모를 하고 있다./김재은 기자

잠시 후 할머니들의 격앙된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자 나눔의 집 안신권 국장이 “오늘은 더 이상 얘기가 진행이 안 되겠다”며 이 교수와 안 교수를 수련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할머니들과 만남을 마친 이 교수는 ‘더 할말이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해명서에서 충분하게 의사를 피력했다. 그대로다”라며 말을 아꼈다.

10시45분쯤 이 교수와 안 교수는 안 국장의 안내에 따라 나눔의 집 내에 ‘일본 위안부 역사관’에 들러 ‘일본군 위안부 활동 연표’, ‘어떤 여성들이 군 위안부가 되었는가’ 등 관련 자료와 전시물을 살펴봤다. 안 국장의 설명을 듣고 진지하게 메모를 하며 40분 가량 역사관을 둘러본 이 교수는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증언집(한국정신대문제연구회)’등 관련 서적 4권을 사들고 나왔다.

■1신 6일 오전 10시

일제 식민지하 정신대 발언과 관련으로 파장을 일으킨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는 6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격앙된 채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나눔의 집 안신권 국장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전날 이 교수의 해명서 내용을 봤지만 이날 오전 8시쯤 함께 모여 인터넷을 통해 9월 2일자 MBC ‘100분 토론’을 시청했고, 결정적으로 이 교수가 방송에서 “미군기지 문제가 위안부와 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죠”라고 한 말을 들은 뒤 매우 화가 난 상태로 이영훈 교수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