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몸으로 받아낸 그때 나이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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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 몸으로 받아낸 그때 나이가…" 충격

[중앙일보] 입력 2012.12.24 00:45 / 수정 2012.12.24 07:49

위안부 12명 육성 증언 담은 구술집, 정부 내년 1월 내기로

정부는 내년 1월 ‘위안부 할머니 구술 자료집’을 발간한다. 광복 68년 만에 정부가 펴낸 첫 위안부 관련 자료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일본 대사관 건너편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에 빗물이 맺힌 모습. [중앙포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육성 증언을 담은 구술집을 낸다. 국무총리 직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이하 위원회)는 내년 1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구술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공식 기록을 발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2005년 1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의 구술 자료를 채집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구술집에서 수십 년 전 겪은 치욕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불러냈다.

 한순복(89·가명) 할머니는 1940년 일본인 2명에게 무작정 끌려갔다. 부산항에서 온 몸에 매를 맞고 배에 올랐다. 눈을 떠보니 대만 지룽의 일본군 부대 인근이었다. 열일곱 소녀는 그날부터 5년간 일본 군인들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끔찍했던 기억을 풀어냈다.

 “낮이고 밤이고 무조건 군인들만 상대하는기라. 군인들이야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니께 인정사정이 없어. 군인들이 나라비(줄)를 서서 죽 미는데…. 한 번 받을 때마다 씻고 또 씻고 하니께 아랫도리가 차가워서 남의 살이 돼 버리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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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님(82·가명) 할머니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 옌지로 끌려갔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직업소개소 사람의 말에 속아서였다. 1942년, 할머니 나이 열세 살 때였다. 처음 1년간은 허드렛일만 했다. 그러나 이듬해 일본 군인들을 상대하는 위안부가 됐다. 열네 살 소녀가 건장한 군인들을 받아내는 건 극심한 고통이었다.

 “이제 열네 살 먹은 게 자궁이 벌어지나. 일본말로 저그끼리 ‘데키나이요(できないよ: 할 수가 없다)’카더니 손님 안 받는다고 나를 두들겨 패는기라. 아이고, 내가 그 말만 하면 지금도 심장이 뛰고….”

 할머니는 해방 후에야 중국인 옷으로 남장을 한 채 달아났다. 그는 “내 고생한 거는 하늘과 땅밖에 모른다”며 가슴을 쳤다.

 위원회에 따르면 일제는 1930년 초부터 1945년까지 약 8만~18만 명의 조선인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36명만 공식 피해자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각종 질병 등으로 사망했거나 중국 등 해외에 살아 파악이 쉽지 않은 상태다. 위원회 측은 구술집 조사 과정에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 3명을 추가로 찾아냈다.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정혜경 조사2과장은 “대다수 피해 할머니들이 가족들에게 폐가 될까봐 위안부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민간 차원에서 위안부 구술집이 발간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 구술집은 정부 차원에서 작성된 최초의 위안부 관련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위원회 측은 “위안부 백서 발간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인환 위원장은 “그동안 일본 우익 세력들이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문서가 없어 대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구술집이 일본 우익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김일성 정권 때 위안부 구술집을 공식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북한의 위안부 구술집(1995년 발간)에는 “(일본군 위안부는) 일제파쇼의 비인간적 압박과 착취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인신적 모욕행위”라는 김일성의 머리말이 담겨 있다. 2004년 발간된 ‘일본군성노예제도’에서도 김정일의 발간사가 들어 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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