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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7 19:06 수정 : 2012.03.27 19:06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또다시 역사인식에 의문을 던지는 발언을 했다. 그는 그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비에 쓰여 있는 ‘일본군 성적 노예’라는 표현과 관련해 “정확하게 기술된 것이냐 하면 크게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보는 보편적 시각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감스럽고 어이없다.

일본군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표현하는 것은 1996년 유엔 인권위의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이래,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보편화되었다. 일본 정부가 총력으로 막으려고 했던 미국 하원의 2008년 ‘위안부 결의안’에도 두 차례나 명확하게 ‘성의 노예’라는 용어가 쓰여 있다.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그만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노다 총리의 발언은 이런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부정하는 망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자 같은 해 9월15일 일본 정부에 한일협정 제3조(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협의를 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법적인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끝났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협의 개시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이견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2월 교토 정상회담이 냉랭하게 끝났다. 이후도 양국관계가 풀릴 기미가 없다. 이런 탓에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노다 총리는 북의 로켓 발사 조짐 등 긴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조차 하지 못했다.

이 모든 책임은 ‘인도적 차원의 지혜’를 짜보겠다며 성의없는 자세로 나오는 일본 쪽에 있다. 더욱이 노다 총리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지혜를 기대할 수도 없다.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61명, 평균 나이 87살이다. 지난해 15명, 올해 2명이 숨졌다.

정부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일본이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즉각 다음 절차인 중재위원회 구성 제안에 착수하기 바란다. 일본이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헌재의 결정뿐 아니라 일본의 법적 사죄를 바라는 할머니들의 염원에 따르는 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일본의 비도덕적 행위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역사인식을 전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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