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포함 6타점 WS 우승
동양인으론 첫 MVP 뽑혀
|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7-3으로 꺾고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1901년 창단한 양키스는 9년 만에 우승을 추가하며 통산 27번째 미국 메이저리그 정상을 밟았다. 아래 사진은 5회 말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는 마쓰이. [뉴욕 AP=연합뉴스] | |
“일본 야구팬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동료들이 배신자라고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미국에 가서 잘됐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35)가 7년 전 미국으로 진출하며 했던 말이다.
마쓰이는 5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선제 투런 홈런을 비롯해 4타수 3안타·6타점을 올리며 동양인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양키스는 마쓰이의 활약에 힘입어 7-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필라델피아를 제치고 2000년 이후 9년 만의 월드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양키스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역대 최다우승 횟수를 27회로 늘렸다.
마쓰이를 위한 무대였다. 5번 타자로 나선 그는 2회 말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려 팀의 2-0 리드를 이끌었다. 3회 2사 만루와 5회 1사 1, 2루에서도 각각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냈다. 도합 6타점으로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타점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13타수 8안타(타율 0.615)·3홈런·8타점의 활약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마쓰이는 동양인 선수로는 일곱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선수가 되기도 했다.
실력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미국 진출 첫해인 2003년 타율 0.287·16홈런·106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2005년까지 3년 연속 100타점 이상을 올려 이치로(시애틀)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다음 해부터 부상을 입으면서 하락세를 그렸다. 2006년에는 왼쪽 손목 골절상을 입어 51경기 출장에 그쳤고 2008년에는 왼쪽 무릎 염증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외야수 자리를 내주고 지명타자로 나섰다. 그러나 2009년 마쓰이는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28홈런·90타점·타율 0.274로 부활했고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월드시리즈 3~5차전에서는 대타로만 나서고도 최고조의 타격감을 유지했다.
◆박찬호, 6차전에서도 호투=필라델피아 박찬호(36)는 6차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 호투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박찬호는 6회 말 1사 1루에서 나와 데릭 지터와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를 범타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7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마크 테세이라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아내고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물러났다. 월드시리즈 기록은 4경기 3과 3분의1이닝 동안 2피안타·3탈삼진·1볼넷·무실점이다. 챔피언 반지를 끼지는 못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15년 만에 처음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호투를 펼치는 영광을 누렸다.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