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눈으로 김연아아의 우승 원동력을 샅샅이 해부한다.
▶또한번 업그레이드된 기술과 표현력
김연아는 모든 기술에서 실수가 없었다. 프리스케이팅 때 두번째 트리플 플립을 뛰지 못해 0점 처리된 것을 빼고 나머지 점프는 엣지도 정확했고, 회전수도 틀리지 않았다. 스피드나 점프의 높이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감점이 없었던 선수는 김연아 뿐이었다. 특히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그만큼 기술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연아의 스케이팅 스킬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가끔 무거워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전혀 없고 매우 가볍게 스케이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표현력 역시 뛰어났다. 프리스케이팅의 경우 구성 요소 점수가 모두 8점을 넘었다. 김연아가 국제대회에 나갈 때부터 지켜봤던 이 부회장은 "어릴 땐 표현력이 참 없는 선수였다. 점프를 성공하고도 별 다른 액션이 없었다. 당시 심판들이 모두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면서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표현을 잘한다. 얼굴 표정도 자신감과 여유가 보인다. 그런 표정도 심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좋아진 체력과 건강한 몸
이 부회장이 더욱 놀란 대목은 이번 대회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시즌 첫 대회라는 사실이다. 지난 3월말 세계선수권이 끝난 이후 휴식기를 가진 선수들은 이후 새로운 곡과 안무로 구성된 작품을 받아 훈련을 한다.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시즌 초반엔 미숙한 면이 있게 마련이다. 대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손질하고 훈련을 계속해서 시즌 후반에 갈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
그러나 김연아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자리에서 곧바로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훈련을 열심히 했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이렇게 첫 대회에서 완벽한 연기를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사다 마오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김연아가 훈련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체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사실 그 전에는 시즌 시작과 함께 허리가 아프다든지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를 치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완벽하다"고 평했다.
▶레벨이 달라
이번 시즌은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선지 4번째다. 시즌을 치를수록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김연아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라이벌로 지목되던 아사다 마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 것이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 때 김연아와 아사다의 점수차는 19.62점. 이번 대회에선 그 차가 36.04까지 벌어졌다. 김연아는 200점을 넘어 세계 기록을 계속 경신하는데 아사다는 아직도 점프에서 넘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을 보면 김연아와 아사다의 레벨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기술 요소들을 보면 첫 점프만 빼고 다른 기술들은 모두 똑같다. 김연아는 76.08을 기록했고, 아사다는 58.96점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연아는 주니어의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시니어 레벨"이라고 했다. "심판들끼리 선수들에 대해 얘기할 때 아직도 주니어 티가 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연아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원숙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심판들이 이제 연아의 레벨을 인정한 것 같다"고 했다.
<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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