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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일왕이 환영을 받으며 방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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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또다시 일왕의 방한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및 일본 교도통신과 공동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왕의) 방한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 자리에서 방한을 공식 초청했었다. 이 대통령은 교도통신측이 그 사실을 상기시키며 일왕의 방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본 천황이 세계를 다 방문했는데 한국은 방문하지 못했다"며 "방한이 내년 중에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정상간 '셔틀외교'를 하자는 마당에 일왕의 방한이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일왕의 방한 문제에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하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옳다고 본다. 특히 내년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이다. 이제 양국이 어두웠던 과거사를 청산하고, 툭하면 불거지는 갈등관계에 종지부를 찍을 때도 됐다. 그래야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고 진정한 협력자로서 손을 맞잡을 수 있다. 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책임회피, 신사참배 등 한일 양국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야기시키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이성을 갖고 생각한다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저절로 답이 나올 것이다.
"과거에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한일관계가 과거에만 얽매여질 수는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역대 대통령들의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998년 일본을 국빈방문했을 때 이런 맥락에서 2002년 한일 공동 개최 월드컵 개막식에 일왕이 참석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었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이 개최될 즈음에는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불편해져 일왕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일왕의 방한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일본측 사정 때문인 셈이다. 지금도 일본 언론의 관심은 일왕이 방한할 때 한국의 여론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저울질하는데 집중돼있는 인상이다. 사실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환영을 받으려면 먼저 일본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아직 과거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국 국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종지부를 찍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왕은 한국 국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방한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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