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안면을 싹 바꾸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는척 안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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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는 사람도 늘었을 것 같은데. 사인 요청은 많아졌는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오는 길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늘만 열 몇장은 해준 것 같네요. (듣던 엄마 박씨가 “오늘 연아 학교에 갔는데 여자애들이 더 환호성 올리고, 남자애들은 수줍어서 그런지 잘 오지 않더라”고 귀띔했다)
―이번에 준우승한 일본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와는 서로 잘 알죠?
“아사다하고는 예전부터 친했죠.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얘가 알은 척도 안 하는 거예요. 제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하고 나니까 외면하더라고요. 싸늘하게 눈길도 피하고. 전 지금껏 그런 적 없는데. 그래서 저도 알은 척 안 했죠 뭐. 시상식 때는 아사다 표정이 너무 굳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돼 보여서 혼자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아사다 마지막 연기는 잘 보지도 못했어요. 제 점수가 너무 잘 나와서 좋아하느라고.”
―매일 강훈련의 연속인데 힘들지 않나요?
“지금은 많이 적응했죠.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면 또 링크에 가야 되는구나,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나(이 부분에서 연아는 깔깔 웃었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을 견딘 게 스스로도 신기해요.”
이 대목에서 김연아에게 “나중에 엄마가 되면 딸에게 피겨시킬 생각은 있느냐”고 묻자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고개를 흔들며 “아뇨”라고 했다. 이날 김연아가 내놓은 대답 중 가장 명확하고 단호했다.
―왜 안 시키려고 하죠?
“안 시킬 거예요. 시키는 사람도 그렇고 하는 사람도 그렇고… 제가 겪어본 게 너무 힘드니까,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전 해본 스포츠가 이것뿐이지만 이 운동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휴가도 없고 쉬지도 못하고. 제일 길어야 3일 휴식이죠. 그게 너무 힘들어요.”
―경기할 때 화장에도 시간이 꽤 걸리겠던데.
“머리 장식까지 다 하려면 1시간30분 정도는 걸리죠. 워낙 진한 화장을 해야 하니까. 처음엔 엄마가 해줬는데 제가 배워서 직접 해요. 화장 재미나요. 화장이 끝나면 느낌부터가 달라요. 무대에 오를 준비가 끝난 거니까.”
―경기 사진을 검색하면 웃는 사진 찾기가 어렵더군요. 표정이 너무 굳어있는 거 아닌가요.
“전 점프할 때 얼굴이 일그러져요(웃음). 어떤 아이들은 두 눈이 한쪽으로 쏠리고(점프 회전 방향으로 쏠린다고 함) 어떤 애들은 입을 크게 벌리는데 입안이 사진에 까맣게 나오죠. 후후. 그런 것까지 신경 썼다가는 경기 제대로 못하니까 신경 안 쓰려고 해요.”
―키가 부쩍 큰 것 같은데.
“1년 전 요맘때 1ｍ58에 38㎏이었는데 지금은 1ｍ62에 43㎏ 됐어요.”
―귀국한 14일이 화이트데이였네요. 사탕은 몇개나 받았는지?
“그런가요. 아직 하나도 못 받았는데. 예전에는 빙상장에서 선수끼리 주고받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귀찮아서…. 어차피 시간가는 것도 잘 몰라요. 저한테는 요일만 있고 날짜는 없으니까요. 주말은 쉬니까 알죠.”
―그럼 시간이 나면 뭘 하고 싶죠? 여행?
“그냥 집에서 TV 보며 빈둥거리고 싶은데요. 아빠도 예전엔 주말이면 어디 놀러가자고 했는데 우리(엄마와 나)가 아예 안 간다고 하니까 이제는 지쳐서 가자는 말씀도 안 하세요.”
마지막으로 연아에게 좋아하는 과목이나 잘하는 과목은 있느냐고 물었다. 연아는 “싫어하는 과목은 있다”고 했다. “수학하고 과학요. 학교 시험 볼 때만 되면 머리가 진짜로 아파지는데… 지끈지끈해져요. 왜 그런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