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九夷·조선)로 가야겠다.”(공자) “고루하면 어쩌죠.”(제자) “구이는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 이다.”(공자)

이 말은 공자는 주나라 정부가 자신의 개혁안을 받아들여주지 않자 한탄하면서 제자들과 나눈 대화다. 공자는 자신의 저서 ‘서경(書經)’에서 “순임금은 중국에는 전혀 없던 신명(神明)에 제찬보본하는 예식을 마련했다”고 기술했다. 그의 제자 맹자 역시 “순임금은 동이(東夷)사람이다”고 기록했다.

한족(漢族)은 오래전부터 조선인을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렀다. 夷자는 큰대(大)자에 활궁(弓)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다. 동쪽에서 큰 활을 메고 다니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쪽 오랑캐로 알고 있다. 일본이 정립해놓은 역사교육의 탓이다. 일본은 강점기간동안 수십만권의 역사책을 수집, 모두 불태웠다. 그리고 실증주의사관을 정립했다. 그 한 가운데 한국학자 이병도가 있다. 뒤늦게 고대사 연구에 뛰어들어 3권의 역사서를 남기고 106세로 올해 세상을 떠난 최태영 박사는 생전에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설명했다.

동이족은 한족(漢族)의 수장인 헌원과 한족(韓族)의 수장인 치우천황의 역사적인 전투에서도 등장한다. 한·중 역사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중원의 패권을 놓고 70여회나 전투를 했다. 한단고기와 규원사화에서는 치우가 먼저 제위에 올라 배달나라 영토를 중국의 산둥반도 이남에 있는 희대 땅까지 넓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치우천황은 배달국의 14대 천황으로 기원전 2700년대에 생존했던 불패신화의 인물이다. 중국의 역사책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제본기에는 “제후들이 모두 헌원에게 복종했는데 오직 치우만이 난폭해서 헌원도 징벌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탁록의 야(野·베이징주변)에서 싸워 드디어 치우를 잡아 죽였다”고 적고 있다. 탁록전투 이후 대다수의 동이족은 중국에 흡수되고 만다. 하지만 동이족의 강인함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 은허에서 출토된 갑골문에는 은의 무정(武丁·기원전 1324∼1266)이 동이를 정벌하느냐 마느냐로 그 가부를 점친 갑문(甲文)이 있다. 또 후한서는 “서주(西周) 강왕(康王) 때 서이(西夷)가 스스로 왕임을 천명했다. 그는 구이(九夷)를 거느리고 종주(宗周)를 쳐서 황하상류까지 이르렀으며 국토가 500리에 달했고, 조회하는 나라가 36개국이나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같은 정신은 고구려로 이어졌다. 7세기 초. 중국의 수양제는 백만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했다. 결과는 대패였다. 이어 정권을 잡은 당태종 역시 수십만 대군을 대동, 5차례에 걸쳐 수륙양면작전으로 고구려를 침공했다. 역시 참담한 패배와 양만춘 장군 화살에 왼쪽눈만 멀었다. 그러나 668년 인구 1000만명이 넘던 고구려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당나라에 흡수됐다. 당나라는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젊은 남녀 대다수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서역으로 이주시켰다. 그중의 한사람이 서역개발의 주역이 됐던 고선지 장군이다. 620만의 인구를 자랑하던 백제주류세력 100만 이상도 속국과 마찬가지였던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이 도래인(渡來人)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인구가 1200만명밖에 안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90년대부터 산둥성에 있는 치우천황묘를 새로 단장하는 등 자신들의 조상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동이족은 키가 크고, 이가 가지런한 것이 특징이다. 한·중·일간에는 골수 이식이 가능한 사람이 많다. 뿌리가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민국이 살기 힘든 국가로 전락하면서 사람도, 돈도, 공장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8만명 이상이 떠났다.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이민 전시회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동이족의 엑소더스’는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오창규 / 산업부장]] cha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