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만웅(소설가)

'독도(獨島) 대마도(對馬島) 구주(九州) 시마네현(島根縣)도 우리 땅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민주국가임을 표방하는 나라이거나 정치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나라는 어느 정권이 집권을 하던 일관된 불변의 정책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불문율이다. 물론 정권의 교체와 국내외의 정세 변화에 따라 다소의 수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근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익 즉 National Interest가 그 바탕이다. 미국이 막대한 전비와 인명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도 National Interest 라는 비수를 뽑아 든 것이고 미군의 한국 주둔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국가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들을 지배할 지도자를 뽑고 세금을 바치고 제한된 자유를 감수하는 것은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달라는 국가와의 계약인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이러한 기본적인 국가관이 결여된 위정자가 통치하는 국가가 상상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전쟁이란 국가간의 National Interest 의 충돌이다. 국가간의 충돌을 무마하고 전쟁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 태어난 기구가 바로 U.N. 이고 그들의 제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속수 무책인 불한당 같은 나라들도 있다. 국가관이 희박한 위정자나 독재자가 국익이란 미명으로 선량한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는 나라도 있고, 시도 때도 없이 이웃나라를 자극하는 나라도 있는가 하면, 남의 나라 눈치 보기에 바쁜 나라도 있다.

북한이 주체사상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국제적인 망신을 사서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것도 그들 나름대로의 국익에 바탕을 둔 국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들은 백성을 잊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백성은 종에 지나지 않는다. 전 근대적인 양반의식에 젖어 위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위정자들이 권력에 집착하여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북이다.

쌀 한 톨이라도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라 국민들을 굶기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로 전락하여 핵이라는 벙거지를 쓰고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의 품바 거지는 애교라도 있었다.     

이북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지만 어찌하랴 같은 민족이니 곤혹스럽지만 일단 덮어 두기로 하자. 그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한 동안 잠잠하던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후쿠다 수상을 비롯해서 일본정부의 수뇌부가 그들의 중학교 학습지도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명기를 하도록 승인을 한 것이다. 억지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 동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그렇고, 왜곡된 교과서를 묵인하는 문부성의 태도며, 연례 행사처럼 되어 버린 그들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도발 등등 이 모든 것이 국익을 빙자한 집권당의 정권 유지차원에서 꾸며지는 국민정서의 탐색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얄팍한 Nationalism 을 도발하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본 중앙정부는 껄끄러운 독도 문제를 시마네현(島根縣)을 방패로 삼아 문제의 핵심에서 피하고 있었다. 시마네현 정부가 중앙정부의 잔 꾀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도발은 양상이 다르다. 일본 수상과 관방장관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일본 영토에 대한 새로운 정책 전환이 있었다는 것을 감지 할 수 있다.

일본의 영토분쟁의 대상 중에 독도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독도 도발은 Side Show 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겨냥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과 분쟁이 되고 있는 센카쿠제도 (중국명으로는 다오위다오 釣魚島)와 러시아에 뺏긴 북방영토라고 할 수 있다.

센카구제도는 제2의 북해로 불릴 만큼 엄청난 에너지 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다. 그들의 속셈은 뻔하다. 소강상태에 빠져 해결의 기미가 없는 현 사태를 분쟁이라도 일으켜서 해결해 보려는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독도 분쟁이 확대되어 U.N.에 제소되면 그들은 승소할 자신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센카구 분쟁에 연결시킴으로 서 중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그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인터넷 신문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 중국은 일본 정부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기한 대해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기사였다.

중국의 분석으로서는 일본은 한국이 실효 지배 중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명기함으로써 다오위다오 문제에서 수세에 몰릴 명분과 논리를 스스로 제공했고 일본이 역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논리를 발견했다는 기사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야 말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항의 소동이 벌어지긴 했지만 이번에 다를 것이다. 토끼도 자꾸 때리면 문다고 한다. 그들의 우롱이 극치에 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좌시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치욕을 감수하는 비겁자가 되고 말 것이다.

독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한 대처가 문제인 것이다. 독도는 오랜 역사를 들춰보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분쟁의 씨는 1905년 일본정부가 독도를 죽도라 부르고 시마네현에 편입시킴으로 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는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멸망 직전에 처해 있던 이조가 대응도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이젠 대한민국은 일본의 속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오늘 날 독도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반응과 정책이 워낙 미온적이니 교활한 일본정부가 얕잡아 보고 시도 때도 없이 도전해오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에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일관된 정책이 있는지를 모든 국민들은 묻고 싶을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대 이북정책도 그렇고 독도 분쟁에 대한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책도 너무나 저자세였던 것은 부인 못할 것이다. 만시지탄이만 지금이야 말로 뼈대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야 할 때다.

그러면 3월 22일을 ‘죽도의 날’ 이라고 정해놓고 중앙정부의 시책에 갑자기 놀아났던 시마네현(島根縣) 이란 어떤 곳인가? 야마구치현(山口縣)과 돗토리현(鳥取縣) 사이에 바다를 끼고 한반도를 바라보며 길게 누운 현이다.

이 돗토리현에는 유명한 곳이 있다. 이즈모다이샤(出雲大社) 라는 곳으로 이세신사(伊勢神社) 와 함께 일본 천황가에서 가장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일본 역사서에는 일본의 국가 기원이 2,600년이라고 하지만 허구에 지나지 않고 신대기(神代期)라는 이름으로 신화로서 둔갑시키고 있다.

시마네현의 옛 이름이 이즈모다. 신화로 꾸며져 있지만 그 곳에 있던 이즈모라는 나라는 야마토정권을 세운 지금의 천황가에게 멸망 당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이즈모다이샤에 모셔지고 있는 신이 바로 그 멸망 당한 이즈모국의 통치자다.

그러면 이즈모에다 나라를 세운 민족은 누구일까? 물론 오래 전에 정착한 선주민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기원 1세기 이후에 한반도의 경상도 지방에서 조류와 바람을 이용하여 목숨을 걸고 일본열도에 건너간 한반도 사람들이다. 한반도에 삼국이 성립된 후의 얘기다.

동해와 대마도 해협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바람과 조류가 교차하는 곳이다. 여름철에는 남서풍과 병행해서 필리핀 군도쪽에서 올라오는 흑조(黑潮)가 대마도 해협을 거처서 동해로 북상을 하나, 겨울철이 되면 강렬한 북풍과 더불어 남하하는 북태평양 한류(寒流)의 한 갈래가 동해를 거처 대마도 해협을 빠져 나간다.

얼마 전에 일본 북쪽 연안 일대에는 한국어로 된 부유물이 표착한다는 일본 환경학자가 쓴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버린 쓰레기가 일본의 백사장에 상륙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태평양 한류를 타고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단에서 배를 띄우면 주로 니이가타현(新渴縣)과 야마가타현(山形縣)에 도착하고, 경주 포항지역과 경상남도 해안에서 출발하면 시마네현에 가 닿는다.

경상남도 해안에서 배를 띄어서 흑조와 남서풍을 이용하면 일본의 구주 지방에 당도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즈모에 나라를 세운 사람들은 주로 경상도에서 배를 띄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역사서인 고사기나 일본서기를 쓴 사람들이 이 사실을 신화로 위장했지만, 그래도 일본에도 양심 있는 역사 학자들이 있어서 그 신화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성과가 경상북도와 시마네현의 자매결연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여시와 구주의 구마모토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임나(任那)가 일본이 통치하던 영토라고 억지를 쓰는 일본의 역사학자를 불 수 없게 되었지만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해서 임나라는 지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가야 왕국 때의 얘기다.

기원 1세부터 몇 백 년 간 일본 구주는 가야인에 의해서 통치되어 오던 땅이었다. 4세기에 들어서서 가야가 멸망하자 백제가 세력을 확장하여 나라(奈良)에 도읍하여 백제계의 야마토 정권이 들어서고, 임나의 일본 지배설은 8세기에 백제계였던 인사들에 의해서 편찬된 일본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 임나의 일본 지배설이 나타나지만 이것은 바로 가야의 구주 통치 설을 역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가야 연합왕국은 낙동강을 끼고 점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김해를 거점으로 김수로 왕이 지배한 금관가야가 가장 강력한 왕국이었다. 그리고 철의 산지였다. 그들은 일찍부터 철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기마민족인 그들이 구주를 정복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야의 정복 이전에 정착하고 있던 원주민이 있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의 인디안 원주민이 미국이나 캐나다가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가야와 백제가 정복한 일본 땅은 실은 한국 땅인 것이다.

대마도도 그렇다. 대마도는 고대부터 낙동강 어구에서 구주 사이에 있는 징검다리 같은 존재였다. 최단 거리이기도 한 이 항로는 비록 200km 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그 당시는 단숨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조류와 바람에 맞추어야 했다.

일본으로 건너가자면 북동풍과 한류가 남하하는 가을철까지 기다려야 했고 반대로 일본에서 오는 항로는 흑조와 편서풍이 부는 봄철과 여름철을 이용해야 했다. 그 중간 지점인 대마도는 고대부터 한반도 사람의 거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양 쪽을 왕래한 사람은 일본의 원주민이 아니고 가야나 백제인이었으니 대마도는 가야나 백제에 속해있던 땅이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도민들은 그 자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대마도는 풍신수길이 조선침략의 야망을 품기까지는 관심밖에 놓여있던 한 변방의 섬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조선왕조에서 보내주는 양식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하며 영주는 조선왕조의 벼슬까지 얻고 있던 처지였다. 그러니 대마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답답한 것은 한국 정부다. 한국 정부도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이승만 라인 같은 강력한 대응책을 쓰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들이대며 구주도 시마네현도 우리 땅이라 하고 대마도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 안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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