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변화시킬 수 있잖아요.”

오로지 한·일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을 찾기 위해 방한한 일본 공무원 아베리사(24).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서울에서 서대문형무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수요시위, 전쟁박물관 등을 잇따라 다녀온 뒤 “한·일 관계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아베는 “학창 시절엔 일본군의 만행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평화운동NGO(비정부기구) ‘피스보트’에서 활동하며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그제서야 한·일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됐다. 이번 여행도 피스보트에서 만난 한국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스케줄을 짠 것이다. 피스보트는 일본 정부의 잘못된 역사관에 반발한 일본 젊은이들이 1983년 설립한 NGO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협의자격을 갖춘 국제NGO다.

서울에서 아베의 가슴을 가장 많이 흔든 건 20일 서울 수송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였다. 교과서에 없어서 서울을 찾은 뒤에야 볼 수 있었던 한·일관계의 그늘이었다. 대사관의 모든 창문은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 눈 감고 있는 모습과 유사해보였다”고 했다. 아베는 곁의 할머니들께 “일본인이라 죄송하다”고 말했고, 할머니들은 “괜찮다”고 답했다. 일제의 창씨개명 강요에 대해선 “엄청난 모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베는 올 가을부터 니카라과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행정 업무로 출발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외교관이다.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장기체류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