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궁도의 특징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무예인 궁도는 옛 역사기록에도 어려운 시기에는 나라를 지키는 무기로서 깊은 역사를 갖고 있으며, 나라가 편안한 시기에는 심신을 단련하고 정신수양에 큰 도움을 주는 훌륭한 운동이었다.

현대인에게도 궁도란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배울 수 있고, 즐길수 있는 운동이라 할수 있다.

2. "궁도" 용의의 전래
지금은 활쏘기와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용어는 "궁도"이다. "궁도"라는 용어를 쓴 내력은 이렇다. 조선을 억지로 합병한 일본은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탄압한다. 활 또한 예외일수 없다. 왜냐하면 활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의 사정은 된서리를 맞는다. 옛 풍속이 멸시당하는 사회풍토 속에서 정들도 하나씩 사라지고 한량들은 발붙일 곳이 없었다. 고종이 쏘던 활터인 황학정이 인왕산 기슭으로 밀려난 것도 이런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1922년 서울의 황학정에서는 "조선궁술연구회"를 만든다. 그러다가 1926년에 이름을 "조선 궁도회"로 바꾼다. 이 4년사이에 궁술이 궁도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명칭개정에도 어떤 식으로든 일제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화된 문화만을 남겨두고 우리의 전통문화는 모조리 말살시키던 시절이었으니까 이것은 단순한 명칭개정이 아니라 사고방식, 혹은 존재방식의 변화까지 수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다가 해방되면서 "조선궁도협회"가 되었다가 1948년에 지금 쓰는 "대한궁도협회"로 이름을 바꾼다. 이상을 보면 "궁도"란 말은 협회의 명칭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해방이후에 일반인들까지 흔히 쓰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이 "궁도"란 용어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다. 우선 그말의 뿌리가 " 일본"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정을 깊이 생각지 않은 일부 연구자들이 우리 조상들이 옛부터 활을 일컬어 궁도라고 말했다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궁도란 말을 어느곳에서도 쓴적이 없다. 그리고 그 용어의 성질상 우리 고유의 풍속이나 언어 습관과도 아주 다르다. 하다못해 일제 때 지은 "조선의 궁술"에도 요즘 우리가 쓰는 그런 의미의 궁도란 말을 쓰지 않았다. 따라서 "궁도"란 용어를 쓸 때는 주의를 요한다.

먼저 궁(弓)은 말할 것도 없이 활을 뜻하는 한자이다. 그런데 그다음 글자인 도가 문제이다. 도(道)역시 한자이다. 이것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즐겨 쓰는 글자인데 그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 이를 일러 도라 한다." "하늘의 도를 말하여 음과 양이 라고 한다."

도라는 말은 일본문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사용된다. 이것은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독특한 방식인데,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들어간 모든 문화에는 도(道)라는 이름이 달라붙는다. 서도(書道), 다도(茶道), 검도(劍道) 같은 말들이 다 그런것들이다. 우리가 서예(書藝), 다례(茶禮), 검술(劍術) 등 생활의 필요에 따라 이름붙인 것들을 일본인들은 정신, 즉 도의 차원에서 받아 들인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볼것이냐 하면 그것은 꼭 그렇지가 않다. 도라는 말의 용례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나름대로 쓰이는 방식이 있다. 그것을 일본인들이 바꾼 것인데 그 경우 도라는 말이 지닌 뜻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별문제 없겠지만 일본인들이 쓰는 도라는 말의 용례는 우리 관습안에서 볼 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고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조선에서 모든 문화를 배워갔다. 일본이란 조그만 섬나라에서는 조선이 아니고는 지적욕구를 채울만한 나라가 주변에 없었던 것이다. 임진왜란때 그들이 약탈해간 수많은 문화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조선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허겁지겁 가져갔다. 이렇듯 일본인들은 왜라는 멸시를 받으면서도 조선을 끝없이 부러워했다. 조선의 선비들이 나눈 철학과 사상을 그들이 얼마나 부러워 했을까 하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조선의 선비들이 입에 올린 "도"란 말이 얼마 나 탐이 났겠는가? 탐이 나면 빌려다 써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뿐더러 사회분위기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라는 말의 진정한 뜻을 이해할 능력이 없던 그들은 그 말을 힘의 세계인 칼에다 갖다 붙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만다.

이러한 문화풍토 위에서 검도(劍道)가 되고 유도(柔道)가 되며 더 나아가 "역도(力道)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궁도란 말은 우리의 사고체계와 문화 안에서는 이와 같이 말썽의 소지가 많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수십년간 써온 "궁도"란 용어를 아예 폐지하여야 옳으냐 하면 그건 꼭 그렇지가 않다. 문화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우리의 생활속에 깊이 들어 와 있는 말을 아무런 대안없이 뿌리째 들어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제를 갖다 쓰면서도 그것이 일제라는 것을 알고 쓰는 것과 아무런 자각없이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3. 활쏘기의 역사
인류가 언제부터 활을 사용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문화인류학이나 고고학 등의 연구 업적을 통해서 그 시기를 막연히 추정할 따름이다. 인류 문명의 진화가 채집에서 어로.수렵으로 나아가 농경의 방향으로 왔다면 활이 필요한 까닭도 자연히 밝힐 수 있다. 열매를 따거나 풀을 뜯어먹고 살 때에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없었겠지만 어로나 수렵의 단계에 들어서면 보다 많은 식량의 비축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도구를 개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대부족의 세력재편과정에서 활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활로 알려진 것은 우리 조상들이 쓰던 활이다. 기록은 엉성하지만 중국측의 기록이 간간이 나타나는 바 그들이 우리 활에 대해 늘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이 동방의 우리를 동이(東夷)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夷란 大와 弓의 합성어이다. 큰 활을 찬 사람을 뜻하는 회의 글자이다.

高句麗:貊弓
濊 :樂浪檀弓
室韋 :角弓
이상의 활을 가리키는 말들은 중국인들이 적은 것으로 사실은 모두 같은 활을 다르게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맥궁이나, 단궁, 각궁은 모두 같은 말이다.

맥이란 "붉다"를 한자로 적은 것으로 이것은 태양을 숭배하는 동방민족의 심성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또 예에서 썼다는 낙랑단궁도 마찬가지이다. 낙랑은 지명이니 다시 볼것이 없거니와 단궁은 그 한자 표기를 보면 "박달 나무"를 뜻하는 檀이어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것을 훈차로 읽으면 단궁 이 박달나무로 만든 활이라는 뜻이된다.

정확한 고증없이 이 활은 박달나무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나아가 우리나라 나무활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이것은 좀더 다른 시각으로 이것을 훈차표기로 읽으면 아주 쉽게 풀린다.

단이 "박달"이란 뜻이니 여기다 활을 붙이면 단궁은 배달활이 되니 배달겨레가 쓰는 활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이렇게 보면 맥궁이나 단궁이 다 같이 우리 민족이 쓰는 활을 뜻하는 말이다.
각궁은 현재 쓰이는 의미로는 뿔이 들어가기 때문에 각궁이라고 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원래는 뿔이 들어간다고 해서 각궁이 아니라 고구려 민족이 쓴다는 의미로 붙여진 말이다.
우부강표전(虞溥江表傳)에 "오나라 손권 때에 고구려 사신이 각궁을 바쳤다고 나온다. 고구려가 쓰던 활은 각궁이란 것을 알수 있다.
이상을 볼 때 단궁, 맥궁, 각궁은 모두 같은 활을 달리 나타낸 이름이며 이 활을 쓴 사람들은 고구려 맥족을 비롯한 東夷족이었다.
특히 역사시대로 접어 들면서 이미 중국을 능가하는 거대한 제국으로 발돋움한 고구려가 이 활의 주인공이었다.
활은 우리 겨레가 중요한 무기로 사용했고 따라서 각 시대마다 활을 중요시 했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우리에게 전하는 화살은 죽시(竹矢) 하나뿐이다. 그런데 옛기록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우리 조상들이 쓰던 화살은 그 활만큼이나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조마다 겨레마다 다 다른 화살을 쓴 것은 그 기후에 따라서 살감으로 쓸 나무들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고구려에서는 주로 광대싸리 화살을 쓴 반면 신라와 백제는 죽시를 쓴 것이다. 대나무는 아열대성 식물이기 때문에 충청이북에서는 쓸 수 없는 것이다. 충청이북을 거느렸던 고구려 같은 경우는 대나무를 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옛 기록에는 "호시"라고 나온다. 전무후무한 명궁으로 알려진 조선태조 이성계가 쓴 살도 죽시가 아니라, 호시였다.

광대싸리는 참싸리와 달리 대가 굵고 잎도 크다. 한마디로 굵은 싸리라고 할 수 있다. 초봄에 나무의 밑둥치를 잘라 놓으면 그 둥치 둘레에서 무수히 많은 싹이 나와서 여름 한철 무서운 속도로 자란다. 대나무와 비슷하게 크는데 한 철 자란 것이 한 길이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아주 곧다. 따라서 살감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이것을 베어서 그늘에 말리거나 소금물에 삶으면 그대로 쓸 수 있다. 나머지 제작 과정은 죽시와 다를 바가 없다.

4. 경기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