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올 겨울 가장 추웠던 날.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훈련 중인 태릉실내빙상장은 영하의 날씨와 상관없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열정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으로 떠오른 김연아(15·도장중)도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연말 분위기에 들뜬 모습이지만 김연아는 그럴 기분을 느낄 틈도 없다. 지난달 27일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2006년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을 빼고는 연일 강훈련 중이다.
최근 김연아는 사실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근 발목이 좋지 않아 훈련을 거듭해도 원하는 만큼의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밸런스가 완벽치 않다보니 점프 후 착지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김연아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이 생겼다. 바로 자신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지난 17일 일본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시니어대회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 나이는 물론 태어난 달까지 같은 경쟁자가 주니어도 아닌 시니어 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으니 감수성 풍부한 15세 소녀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솔직히 아사다가 잘못하기를 바랐는데 생각 외로 잘한 거 같아요. 1등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김연아는 "기술적 점수에는 주니어와 시니어가 별 차이 없어요. 하지만 예술적 점수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나중에 만나 경쟁을 벌였을 때 심판들이 아사다에게는 예술적 점수를 높게 주고 제게는 주니어 수준으로 주지 않을까 걱정돼요"고 말했다.
김연아는 "아사다는 점프가 안정감이 있고 실수를 잘 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실수가 많은 편이에요"라며 아직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아사다에게 실력에서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오는 트리플엑셀(3회전반 점프)을 할 줄 아는 반면 저는 트리플점프를 두 번 연속으로 합니다. 오히려 점프의 난이도는 제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라며 트리플엑셀 기술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했다.
최근 김연아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을 위해 이탈리아를 갔다왔다. 확실히 국제적으로 그녀가 한국 동계스포츠의 자랑이 됐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 물론 김연아는 동계올림픽 출전 연령에 이르지 못해 2010년 밴쿠버대회로 기회를 미뤄야 했다.
그녀라고 왜 아쉬움이 없을까. 하지만 김연아는 "올림픽에 나가고는 싶지만 아직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인 안돼요. 나가면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다음 밴쿠버 올림픽때 전념하고 싶습니다"며 어른스럽게 말한다. 아직 관중석이 꽉 찬 경기장에서 큰 경기장에서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김연아에게는 경험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김연아는 잘 보여준다. 아침 일찍 군포에서 태릉선수촌 빙상장으로 이동해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한 뒤 밤 10시 이후 다시 과천실내링크에서 2시간 동안 훈련을 할 수 있다.
훈련 시간은 그렇다쳐도 김연아는 한군데에서 안정적으로 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과천은 그나마 피겨훈련에 적합한 빙질이지만 태릉은 쇼트트랙 등 다른 종목에 빙질이 맞춰져있다보니 훈련의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때문에 링크에 따라 점프나 기술시도를 다르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같은 부분은 김연아 뿐 아니라 국내에서 피겨스케이트를 하는 모든 선수들이 겪는 공통의 고민이다.
내년 3월 슬로베니아 루블르야나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김연아는 무리하게 새 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점프 성공률을 높이고 스핀 등 다른 기술의 레벨을 올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해에는 2등을 했으니까 이번에는 아사다를 이겨 금메달을 따고 싶다. 그 다음에 시니어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15세소녀 다운 천진한 미소를 되찾은 '요정' 김연아. 여러 어려움이 그녀앞에 놓여있지만 하나씩 헤쳐나가며 인정받는 모습에서 2006년 한국 피겨스케이트의 큰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석무 기자 sm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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