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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 "日수출 급감은 한국 탓"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5.23 22:39


"과도한 팬미팅, 한국영화를 '아줌마 영화'로 전락시켰다"
"일본과 합작해야 일본내 한국영화 미래 있다"
(칸 < 프랑스 > =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일본영화 전문상영관을 표방하며 지난해 1월 문을 연 CQN명동(서울 중구 충무로1가 소재)은 일본영화사 씨네콰논이 운영한다.

씨네콰논은 재일교포 이봉우(47)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 올해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ㆍ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훌라걸스' 제작사로 최근 유명세를 탔다. 이 밖에도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KT' 등의 일본 영화를 제작했으며 '서편제' '쉬리' '스캔들' '공동경비구역JSA' '말아톤' 등의 한국 영화를 수입해 일본에 배급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한국영화 붐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 대표가 업무 차 제60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칸을 찾았다. 아름다운 칸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 호텔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한국영화의 일본수출이 감소한 이유로 "20배나 높이진 수출가격"을 꼽았으며, 한국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일본과의 합작"을 들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영화의 일본수출이 급감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유는 한국 수출업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국영화의 인기는 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매출과 비교해 엄청나게 비싸진 한국영화 수출 가격이다. 내가 한국영화를 일본에 배급하던 때와 비교하면 가격이 많게는 20배나 뛰었다. 이 때문에 일본 배급사들이 높아진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한국영화를 사지 않게 됐다.

--또 다른 이유는 없나.
▲한국영화의 붐이 이제 배우 중심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등 영화의 힘으로 한국영화 붐이 조성됐는데 이제는 배용준ㆍ이병헌ㆍ권상우 등 배우 중심으로 인기가 넘어가면서 영화보다는 배우가 인기의 중심이 됐다. 일본 내 비디오대여점은 한국 영화보다는 한국 드라마로 채워졌다. 그러니 송강호ㆍ최민식ㆍ전도연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비디오대여점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매니지먼트사도 문제가 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꺼리면서 팬미팅 행사에는 열을 올린다. 팬 미팅을 통해 개인당 1~2만 엔씩 받아서 몇억 원씩 한국으로 챙겨간다. 일본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데 그걸 계속하니까 좋게 보지 않는 거다. 또한 이런 팬미팅 행사에 일본 주부들이 대거 몰리면서 일부에서는 한국영화를 '아줌마 영화'라고 부르면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멀리하는 관객도 많다.

--한국의 쇼박스와 업무제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확하게 계약서를 쓴 것은 아니다. 기회가 돼서 쇼박스 영화를 우리가 일본에, 우리 영화는 쇼박스가 한국에 배급하는 일을 한 번 해보자고 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하자고 합의한 것도 아니다. 우선 한 번 해보자는 거다.

씨네콰논이 쇼박스가 배급한 영화 '날아라 허동구'의 제작비 중 10%를 투자했고, 쇼박스가 우리 영화 '박치기! 러브앤피스'에 5% 투자했다. 결과가 좋으면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영화 배급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한국영화를 계속 소개해야 되는데 옛날 같지 않다. 한국영화 붐이 가라앉았고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 한국영화 붐을 다시 한번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맨 처음 '서편제' '쉬리' 등을 일본에 소개했을 때처럼 한 편 한 편 엄선해 상영하면서 그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킬 것이다. 그럴 만한 영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무 영화나 할 생각은 없다.

--한국영화를 직접 제작할 생각은 없나.
▲한국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날아라 허동구'처럼 부분투자도 상황에 맞으면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본의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이들이 좋아한다고 들었다. 한국 드라마는 정열이 있고 사회문제 등을 다루는 드라마가 많은데 일본 드라마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마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또한 한국배우와 다른 일본배우의 매력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생각된다. 한국배우는 연기력도 있고 기백도 있고 영화에 대한 자세도 훌륭하다. 일본배우는 한국배우에 비해 그런 면을 덜하지만 옆집 오빠, 앞집 여동생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일본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오다기리 조가 아마 그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들은 행동도 편하게 한다. 시부야에 있는 가게에서 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운전하고 다니고 로드매니저 같은 것도 없다. 그런 스타일의 배우를 젊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의 장동건은 사실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니지 않나.

--영화 '박치기!' 속편인 '박치기!러브앤피스'가 일본에서 개봉했다고 들었다.
▲ 지난 토요일(19일) 186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관객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관객은 '박치기!'를 봤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영화에 대한 만족도 조사가 있는데 92% 나왔다.

--어떤 내용의 영화인가.
▲안성과 경자 남매가 안성의 아들 때문에 교토에서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편에서 태어난 안성의 아들이 근육이 마비되는 희귀병에 걸리면서 아이를 고치기 위해 이들 남매가 좋은 의사를 찾아 도쿄로 간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안성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경자는 음식점에서 일하다가 배우로 스카우트된다.

영화의 배경은 1974년이다. 당시는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때다. 이들 남매를 통해 당시 일본사회의 재일교포 차별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런 영화를 일본인들이 본다는 사실이 내게는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에서는 언제 개봉되나.
▲쇼박스를 통해 개봉하는데 8월쯤으로 들었다.
--한국영화가 소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일본 영화시장에서 일본영화의 점유율은 53%였다. 나머지 40% 가량은 할리우드 영화가 점했고 나머지 7% 정도가 한국영화를 포함한 기타영화의 점유율이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 정도 될 것 같다. 한국영화가 일본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 영화사와 공동제작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야 일본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일본제작사는 일본 영화시장이 크니까 굳이 한국과 합작을 하려고 하지 않겠지만 시장이 작은 한국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일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한국영화는 일본시장을 노리지 않으면 장래가 없다.

일본 영화인들은 한국이 영화를 잘 만들고 기획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람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없다. 일본인들은 10년 이상 거래를 안 하면 신뢰하지 않는데 한국 영화관계자들은 너무 자주 바뀐다. 그리고 한국 브로커들 때문에 일본 영화인들의 신뢰가 많이 깨지기도 했다.

sungl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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