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육의 큰 틀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기조를 이루었던 ‘여유 있는 교육’(유토리 교육)을 폐지하기로 했다.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의 자율성과 인성교육을 중시한 여유교육 대신 국어·수학·이과 과목의 수업시간 수를 늘리는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애국심 교육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는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성에 인색한 나라
　
　지난 3월28일 개정한 학습지도요령에서 초등학교 음악시간의 지도요령에 “기미가요(일본국가)를 부르도록 지도한다”고 개정했다. 언뜻 보면 자기나라 국가를 지도하는 것이니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결코 특정한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학년의 경우 “음악에 어울리게 신체 표현을 한다”와 보편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일본 국가의 한 소절을 보면 “천황의 치세는 천대에서 팔천 대까지, 조약돌이 반석이 되어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가사가 보인다. 일본이 민주국가인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침략을 당한 피해 국민으로서 느끼는 소회는 이번 개정 이면에 일본의 우경화 즉,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여유교육을 비판하면서 사회와 국가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는 발상도 일본국가가 바라는 우경화로의 회귀라고 본다. 지금까지 일본의 태도를 살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침략자로서의 반성에 매우 인색한 나라다. 작년 7월 미국하원 본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때 가해자인 일본은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우익 성향의 신문인 요미우리와 마이니치는 일본인들의 반미 감정의 대두를 우려하면서 일본보수파들이 원폭 투하와 도쿄 대 공습 문제를 인권 문제로 간주해 미국에 사죄를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우익단체들은 아예 위안부 문제는 존재자체가 없는 것이기에 미국의 이런 결의는 일본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참으로 터무니없고 철면피 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유독 한국인에게 감정이 많은 나라다. 일제 35년을 겪은 우리로서는 일본의 반한 감정이야말로 적반하장의 표본적인 것으로 어처구니없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가 4강에 들자 한국인에 의해 더럽혀진 월드컵 축구의 역사라고 매도하는 책이 나왔고, 심판 매수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야구영웅 이치로 선수가 지난 2006년 WBC컵 아시아지역예선리그에서 한국전을 앞두고 “한국선수가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겠다”는 최소한의 스포츠 정신도 망각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치로의 예상과는 달리 3대2로 한국이 이기고 말았다. 일본열도 전체가 망연자실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0년 11월 구석기 유물 발굴 날조기사가 마이니치신문에 보도되었다. ‘동북구석기문화연구소’ 신이치 부이사장이 자신이 만든 구석기유물을 현장에 묻어 두고는 다시 여러 사람과 함께 발굴현장에서 파내는 행위를 하다가 카메라에 포착된 사건이다. 한국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구석기 유물이 일본에 없기 때문에 조작한 사건으로 해석되었다. 정직의 대명사 같은 일본인 학자가 한 조작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최근 일본에서 한류 붐이 불기 시작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극우파들을 중심으로 ‘혐한류’라는 만화를 인터넷으로 판매하여 무려 30만부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책의 주 내용은 식민지시대를 왜곡하고 날조하는 것이다. 근대사만 보더라도 명성황후 시해, 경술국치,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고, 신사참배나 독도는 여전히 문제시 되고 있다.
　
　우경화 교육을 경계해야
　
　우리가 비록 실용 외교를 지향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 교육은 경계해야 한다. 우경화는 결국 군국주의를 자극하고 천황 중심의 일본 정신을 고취시켜 이웃 나라를 괴롭힐 가능성이 많다. 이를 대비하여 우리 2세들에게 안으로는 부국강병, 밖으로는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