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재‘정신대 전시관’습격…왜곡 동영상도 인터넷 올려

일본 우익세력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외치면서 도쿄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관을 습격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WAM)’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료를 전시하고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따르면 일본 우익은 지난달 26일 WAM 앞에 기습적으로 몰려와 격렬한 항위 시위를 벌였다.

위안부 피해 규명 등의 활동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플래카드 등을 들고 나타난 우익은 WAM 앞에 버티고 서서 지나가는 일본 시민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또 WAM 건물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항의했고, 그것도 모자라 자료관 입구까지 들어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일본 경찰이 출동하자 우익은 20여분 만에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동안 WAM 관계자는 건물 안에서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WAM과 연대하고 있는 정대협 측에 따르면 이 우익은 자신의 정체를 ‘고노 담화의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모임’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현재 유튜브 사이트에는 이번 소동을 피운 우익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從軍慰安婦は存在しない!)’가 올라와 있다.

위안부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일본의 양심적 단체 및 활동가를 향한 우익의 분노 표출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낮은 목소리’가 1996년 일본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당시에도 일본 우익이 몰려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일본인 유학생은 “우익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여성 운동가의 강의를 방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고, 한 유명한 활동가는 집 앞에서 우익이 기다리고 있는 등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WAM 우익 습격 사건도 이런 전적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최근 우익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 중 하나로 관계자들은 각 국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익의 위기의식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대협 측은 “일본 활동가들이 생명이 위태롭다고 느낄 정도로 우익이 발흥하는 게 현실”이라며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에 대한 결의안이 잇따라 채택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일본 우익의 일본의 양심적 활동가에 대한 테러 행위가 과격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